서 론
만성신부전 환자는 사구체여과율의 감소로 칼륨 배출이 원할하지 않아 혈중 칼륨농도가 빈번하게 비정상적으로 증가된다. Kalimate (calcium polystyrene sulfonate)는 고칼륨 혈증 치료를 위해 임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양이온교환수지이고, Kayexalate (sodium polystyrene sulfonate)도 Kalimate와 비슷한 약리작용으로 고칼륨혈증의 치료를 위해 서구에서 주로 사용된다. Kalimate는 경구로 투여(또는 직장으로 투여) 시 소화관에서 흡수되지 않고 위장관 내의 칼륨농도가 높은 하부결장 부근에서 자신의 칼슘이온을 방출하고 칼륨이온을 흡착하여 분변으로 배설되어 칼륨을 체외로 제거함으로써 고칼륨혈증을 치료한다[
1]. Kalimate로 치료받은 환자에서 위장관 괴사나 궤양, 천공과 같은 부작용이 보고되었는데 국내에서도 만성신부전 환자에서 Kalimate 복용 후 발생한 대장 괴사 증례가 보고된 바 있다[
2,
3]. Kalimate 복용 후 발생하는 부작용은 주로 대장과 소장에서 발생하고 위에서 발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게 보고되며 국내에서는 아직 보고된 바 없다. 저자들은 Kalimate를 복용하던 만성신부전 환자에서 위암으로 오인된 Kalimate 유발 위궤양을 경험하여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한다.
증 례
62세 여성이 상복부 통증으로 개인병원에서 시행한 상부위장관 내시경에서 진행형 위암이 의심되는 병변이 관찰되나 조직검사에서는 악성 소견이 보이지 않아서 추가검사를 위해 내원하였다. 기저질환으로 당뇨와 고혈압, 고지혈증, 만성신부전이 있었으나 투석은 받지 않았다. 생체 징후는 안정적이었고, 신체 검진에서 상복부 압통 외 특이 소견은 없었다. 말초혈액 검사에서 혈색소 8.1 g/dL, 적혈구용적률 23.9%, 혈소판 234000/mm3였다. 혈청 생화학 검사에서 혈액요소질소 25.1 mg/dL, 크레아티닌 2.03 mg/dL, AST/ALT 18/7 IU/L, 나트륨 138.0 mEq/L, 칼륨 5.0 mEq/L였다.
상부위장관 내시경에서 전정부의 중간에서 원위부까지 후벽과 대만에 5×2 cm 크기의 깊고 큰 궤양이 관찰되었고 (
Fig. 1), 저부는 비교적 균일하고 평활하며 외연은 정상점막으로 덮여 있으나, 가장자리는 불규칙하고 주름 집중의 융합과 단절, 곤봉지가 관찰되며 일부는 벌레 먹은 모양으로 관찰되어 진행 위암 의심하에 변연의 내연과 저부에서 조직생검을 시행하였다. 조직 검사에서는 위궤양의 육아조직에서 결정질의 침착(crystalloid deposit)들이 관찰되었고, 결정질의 침착은 물고기 비늘 모양의 모자이크 패턴을 보여 형태학적으로 Kayexalate를 의심할 수 있었다(
Fig. 2). 조직검사에서
Helicobacter pylori는 검출되지 않았다. 복부 전산화단층촬영은 크레아티닌 증가로 시행하지 않았다. 환자에게 문진한 결과 타병원에서 고칼륨혈증으로 3개월 전부터 Kalimate를 경구로 복용 중이었다. 이상의 소견으로 Kalimate에 의한 위궤양으로 진단하고 환자에게 Kalimate 복용을 중단하도록 하고 proton pump i nhibitor (PPI)를 투여하였다. 2개월 후 추적 상부위장관 내시경에서 저부의 궤양은 호전되어 반흔으로 관찰되나, 근위부의 주름 집중은 융합과 단절 소견이 여전히 관찰되어(
Fig. 3A) 조직생검을 시행하였고 만성 위염 외 더 이상 Kalimate 결정은 관찰되지 않았다. 6개월 후 추적 관찰 상부위장관 내시경에서 가장자리가 이전에 비해 완만하게 관찰되고 주름 집중도 두께가 감소하고 높이도 완만하게 관찰되어 위궤양 반흔만 남고 호전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Fig. 3B).
고 찰
상복부 통증으로 시행한 상부위장관 내시경에서 전정부에 깊고 큰 활동성 궤양이 관찰되고 궤양 가장자리에 주름 집중의 융합과 단절, 곤봉지가 동반되어 진행 위암을 배제하기 위해 시행한 조직생검에서 Kalimate 결정이 확인되어 Kalimate 유발 급성 위궤양으로 진단된 환자에서 Kalimate 복용을 중단하고 PPI를 투약하여 성공적으로 치료할 수 있었다.
Kalimate와 Kayexalate는 고칼륨혈증의 치료제로 사용되는 이온교환수지로, Kalimate는 칼슘 교환 수지이고, Kayexalate는 나트륨 교환 수지로 장에서 이들 양이온은 칼륨과 교환되어 칼륨을 분변으로 배출하게 한다[
4]. Kayexalate는 국내에 없어 사용할 수 없고, 체액저류가 발생할 수 있는 반면 Kalimate는 국내에서 사용 가능하고 고칼슘혈증을 동반할 수 있다. 두 약제는 위장관에 염증을 유발할 수 있는데 주로 하부위장관에 심한 염증을 유발하여 대장 괴사나 천공이 발생한다. 반면에 상부위장관의 침범은 비교적 드물고 점막의 손상 정도도 하부위장관에 비해 경하다[
5,
6]. 최근 Kalimate와 Kayexalate에 의해 유발된 위장관 부작용 135예를 분석한 리뷰를 보면[
4] Kayexalate에 의한 위장관 부작용은 103예, Kalimate가 원인이 된 경우는 32예가 보고되어 Kayexalate에 의한 위장관 부작용이 더 많이 보고되었으나 두 약제 간에 효과와 부작용에서 큰 차이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3].
Kayexalate는 초기에 사용할 때 물과 섞어 현탁액으로 투여하였는데 일부 환자에서 결정성 수지의 응결로 인한 배변 장애에 의해 장폐색 등이 보고되었다[
7]. 이후 sorbitol 등 고장성 용액과 함께 투여하여 삼투성 설사를 촉진시켜 위와 대장에서 Kayexalate에 의한 위석이나 결장 매복을 감소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sorbitol과 함께 투여한 환자에서 대장 괴사의 발생이 증가하였는데[
8], Kayexalate보다 sorbitol을 대장 괴사의 원인 물질로 추정하였다. 쥐를 이용한 동물 실험에서도 이를 뒷받침하였다[
8]. Sorbitol은 prostaglandin 농도를 증가시켜 장점막에 직접적인 손상을 줄 수 있고, 혈관수축과 염증을 악화시켜 궁극적으로 혈관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9]. 특히 요독증이 있거나 renin 수치가 증가된 신부전 환자에서는 국소적인 허혈과 괴사가 더욱 잘 발생할 수 있다[
8]. 그러나 sorbitol을 사용하지 않고 Kalimate와 Kayexalate를 복용한 환자에서도 대장 괴사가 발생하였다는 보고가 많아 Kalimate와 Kayexalate 단독으로도 대장 괴사와 같은 심각한 위장관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음을 시사하였다[
1].
위장관의 손상된 부위에 Kalimate와 Kayexalate 결정의 침착이 관찰되는데 이는 Kalimate와 Kayexalate 자체가 병원성 인자임을 나타낸다. Kalimate와 Kayexalate에 의한 위장관 부작용 135예에 대한 리뷰에서도 조직병리 소견을 보면 증례의 95.5%에서 Kalimate와 Kayexalate 결정이 관찰되었고, 44.4%에서 sorbitol과 함께 투여하지 않았다[
4]. 한 연구에서는 Kayexalate 흡인 후 24시간 내 급성 염증반응이 발생함을 보여주었다[
10]. 요독증이 있는 쥐 모델을 이용한 연구에서도 Kayexalate를 단독 혹은 sorbitol이나 manitol과 함께 투여하였을 때 모든 경우에서 Kayexalate 결정의 침착이 관찰되고, 급성 염증 및 대장 괴사가 유발되고 높은 사망률을 보인 반면, Kayexalate없이 sorbitol만 투여한 경우에는 20%에서 만 대장 염증 및 괴사가 발생하였다[
11]. 이러한 결과들은 Kalimate와 Kayexalate가 대장 괴사나 천공 등 위장관 부작용을 일으키는 원인 인자임을 나타낸다. 특히 만성신부전, 투석을 시행하는 말기신질환, 장기이식, 면역억제, 수술 후 환자는 Kalimate와 Kayexalate에 의한 위장관 합병증 발생의 위험인자로 보고된다[
6]. 가능한 병태생리로 신부전 환자의 경우 renin 증가에 따른 angiotensin에 의한 혈관수축으로 장간막 허혈의 위험성이 증가되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cytokine이나 prostaglandin 증가로 인한 혈동학적 장애가 혈관이나 점막의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6].
위장관 점막 손상이나 괴사가 있는 환자에서 원인을 명확하게 규명하기는 쉽지 않다. Kalimate와 Kayexalate 유발 점막 괴사 역시 임상 소견과 혈액 소견, 조직 소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진단할 수 있다. 손상된 부위의 조직 소견에서 물고기 비늘 같은 모자이크 패턴을 보이는 호염기성의 각이진 Kalimate와 Kayexalate 결정은 Kalimate와 Kayexalate 유발 점막 괴사의 특징적인 소견이다. Kalimate와 Kayexalate 결정의 현미경적 소견은 동일하다. 위장관에 미란이나 궤양과 같은 점막 손상이나 괴사를 보이는 환자의 조직검사에서 위와 같은 특징적인 소견이 관찰된다면 Kalimate와 Kayexalate 복용에 대한 병력 청취가 진단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위장관 합병증은 Kalimate나 Kayexalate 복용 후 평균 20일 정도에 발생하였고, 복용 중단 후 2개월까지도 잠재적으로 발생할 수 있어 세심한 병력 청취가 필요하다[
4]. 본 증례에서도 만성신부전 환자가 위궤양으로 내원하여 궤양 부위의 조직검사에서 모자이크 패턴을 보이면서 각이 진 결정들이 관찰되어 Kayexalate 결정으로 추정하였고, 병력 청취 결과 3개월 전부터 고칼륨혈증으로 Kalimate를 복용하였고, cholestyramine 복용력은 없어 Kalimate 유발 급성 위궤양으로 진단할 수 있었다.
Kalimate와 Kayexalate에 의한 위장관 손상이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부위는 대장이다. Kayexalate 결정에 의한 손상이 확인된 10명의 상부위장관 환자와 11명의 하부위장관 환자를 비교한 연구에서 흥미롭게도 상부위장관 환자는 괴사로 인해 수술을 받은 환자가 없었으나, 하부위장관 환자에서는 약 30%에서 괴사와 장폐색으로 수술을 받았다[
6]. 이러한 이유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허혈성 손상에 의해 발생하는 위장관 괴사가 상부위장관보다 하부위장관에서 전층 경색증으로 쉽게 진행될 수 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이 연구에서 보고된 상부위장관 손상은 주로 식도에 발생하였고, 위에 발생한 예는 드물었으며, 체부의 얕은 궤양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경미한 위염, 발적 수준으로 보고되었고, 본 증례처럼 위암으로 오인될 만큼 깊고 큰 궤양은 보고되지 않았다. 135예의 증례 리뷰에서도 위궤양으로 보고된 예는 매우 드물었다[
4]. 본 증례에서는 3개월 전부터 지속적으로 Kalimate를 경구 복용했기 때문에 깊고 큰 궤양을 형성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Kalimate와 Kayexalate에 의한 위궤양 치료에 대해 아직까지 확립된 치료는 없다. 또한 Kalimate와 Kayexalate에 의한 위궤양 치료에 대해 보고된 증례도 아직 없으나, Kayexalate에 의한 식도궤양의 증례에서는 Kayexalate 복용을 중단하고 PPI로 치료하였다[
12,
13]. 본 증례에서도 Kalimate를 중단하고 PPI를 투여하여 성공적으로 치료하였다.
요약하면 고칼륨혈증으로 Kalimate를 경구 복용하는 만성신부전 환자에서 위궤양이 발견되는 경우 Kalimate 유발 위궤양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확한 진단을 위해 병리과 의사에게 적절한 정보를 주어야 하겠고, 본 증례처럼 만성신부전 환자에서 위궤양이 발견되는 경우 병력청취를 통해 Kalimate 복용여부를 확인한다면 정확한 진단이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