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약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은 위암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를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함으로써 위암 발생률을 감소시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 본 연구는[
2]
H. pylori 대변항원검사(
H. pylori stool antigen, HPSA)를 대장암 검진을 위한 분변면역 화학검사(fecal immunochemical testing, FIT)와 결합하여 시행했을 때, 위암 발병률 및 사망률을 낮출 수 있는지를 평가하기 위해 대만(Taiwan) 창화 지역(Changhua county) 에서 진행된 대규모 무작위 임상시험이다.
50-69세 성인 240000명을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배정하였으며, 첫 번째 그룹(HPSA+FIT 그룹, 63508명)은 HPSA와 FIT를 모두 받았고, 두 번째 그룹(FIT 단독, 88995명)은 FIT만 받았다. 연구는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약 5년간 추적 관찰되었으며, 주요 평가 지표로 두 그룹 간의 위암 발병률과 사망률을 비교하였다.
연구 결과, HPSA+FIT 그룹의 검사 참여율은 49.6% (31497/63508)로, FIT 단독 그룹의 35.7% (31777/88995)보다 높았다. HPSA+FIT 그룹에서 38.5% (12142/31497)가 HPSA 양성으로 확인되었으며, 이 중 71.4% (8664/12142)가 항생제 치료를 받았고, 제균율은 91.9%였다. 두 그룹 간에 위암 발병률(0.032% vs. 0.037%; 평균차이, -0.005%; 95% 신뢰구간, -0.013% -0.003%; p=0.23)과 위암 사망률(0.015% vs. 0.013%; 평균차이, 0.002%; 95% 신뢰구간, -0.004% -0.007%; p=0.57)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 사후 분석에서 검진 참여율, 추적 관찰 기간, 환자 특성의 차이를 보정한 결과, HPSA+FIT 그룹은 FIT 단독 그룹에 비해 위암 발병률 감소와 연관이 있었으나(상대위험도 0.79; 95% 신뢰구간, 0.63-0.98), 위암 사망률과는 연관이 없었다(상대위험도 1.02; 95% 신뢰구간, 0.73-1.40). 치료 부작용으로는 복통 또는 설사(2.1%), 소화불량 또는 식욕부진(0.8%), 그리고 구토 또는 구역(0.6%)이 나타났다.
해 설
위암은 전 세계적으로 다섯 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며, 암 관련 사망 원인 중 네 번째를 차지하고 있다[
3]. 1994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는
H. pylori를 위암의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였다[
4].
H. pylori는 위암 발생의 약 80%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여러 임상시험의 결과에 따르면
H. pylori 제균 치료는 위암 발병률과 사망률을 약 40%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5]. 이에 따라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여러 지역의 가이드라인에서는 고위험군에서 위암 예방을 위하여
H. pylori 치료를 권장하고 있다[
6,
7]. 최근 메타분석에서는 건강인을 대상으로 한
H. pylori 제균 치료가 위암 발생 위험을 낮추고, 위암으로 인한 사망위험 또한 줄일 수 있음을 시사하였다[
8]. 그러나 일반 건강검진에서
H. pylori 제균 치료가 위암 예방 효과와 안전성 측면에서 적용될 수 있다는 근거가 아직 충분하지는 않다.
이러한 점에서 대장암 검진 프로그램에 HPSA 검사를 추가하여 위암 예방의 효과를 평가한 이번 연구는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HPSA와 FIT를 결합한 검진 검사는 FIT 단독 검사와 비교했을 때 두 그룹 간 위암 발병률과 사망률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검진 참여율과 추적 관찰 기간의 차이를 보정한 분석에서는 HPSA+FIT 그룹의 위암 발병률이 유의미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적으로 모든 변수를 보정한 분석 결과, HPSA+FIT 그룹에서 위암 발병률(상대위험도 0.58; 95% 신뢰구간, 0.42-0.78)과 사망률(상대위험도 0.50; 95% 신뢰구간, 0.32-0.78)이 모두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HPSA+FIT 그룹은 FIT 단독 그룹보다 높은 검진 참여율을 보였으며, H. pylori 양성 환자의 71.4%가 항생제 치료를 받은 것은 H. pylori 검진 및 치료의 실행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본 연구는 대장암 검진 프로그램에 H. pylori 검진을 통합하여 실현 가능성과 효율성을 평가한 대규모 무작위 임상시험이다. 기존의 검진 인프라를 활용해 H. pylori 검진을 통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으며, H. pylori 제균 치료가 위암 예방에 실질적인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어, 추후 가이드라인 마련에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약 5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추적 관찰 기간과 무작위 배정된 그룹 간의 인구학적 차이가 결과의 해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추후 연구에서는 장기 추적 관찰을 통해 H. pylori 제균 치료가 위암 예방뿐만 아니라 사망률 감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