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과 위염의 Kyoto 분류

Helicobacter pylori Infection and the Kyoto Classification of Gastritis

Article information

Korean J Helicobacter Up Gastrointest Res. 2019;19(2):81-87
Publication date (electronic) : 2019 June 10
doi : https://doi.org/10.7704/kjhugr.2019.19.2.81
Department of Internal Medicine, Konkuk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Seoul, Korea
이선영orcid_icon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내과학교실
Corresponding author: Sun-Young Lee Department of Internal Medicine, Konkuk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120-1 Neungdong-ro, Gwangjin-gu, Seoul 05030, Korea Tel: +82-2-2030-7747, Fax: +82-2-2030-7748, E-mail: sunyoung@kuh.ac.kr
Received 2019 January 16; Revised 2019 January 21; Accepted 2019 January 21.

Trans Abstract

Estimating the risk of Helicobacter pylori (H. pylori)-induced gastric cancer during endoscopic examination is important. Owing to recent advances in gastrointestinal endoscopy, the gross appearance of the background gastric mucosa has enabled discrimination of subjects with active, chronic, and past H. pylori infection from those with no history of infection. To provide subjective criteria for H. pylori infection-related endoscopic findings with increased risk of gastric cancer, the Kyoto classification of gastritis was proposed at the 85th annual meeting of the Japanese Society for Gastrointestinal Endoscopy in May 2013 in Kyoto. The main contents focus on determining the gastric cancer risk by scoring the endoscopic findings of the background gastric mucosa from 0 to 8. These important findings are not described in the Kyoto Global Consensus Conference proceedings published in English. To better estimate the gastric cancer risk during screening endoscopy in an H. pylori-prevalent population, knowledge of the Japanese version of the Kyoto classification is important. This new classification emphasizes the discrimination of subjects with H. pylori infection by assessing 19 endoscopic findings (presence of atrophy, intestinal metaplasia, diffuse redness, spotty redness, mucosal swelling, enlarged folds, sticky mucus, chicken skin-like nodularity, foveolar-hyperplastic polyp, xanthoma, depressed erosion, regular arrangement of collecting venules, fundic gland polyp, linear red streak, raised erosion, hematin deposit, multiple white and flat-elevated lesions, patchy redness, and map-like redness). In this review, the validity of the Kyoto classification is summarized in conjunction with several suggestions to resolve emerging H. pylori infection-related problems in Korea.

서 론

위염의 Kyoto 분류는 2013년 5월에 Kyoto에서 개최된 제85회 일본소화기내시경학회에서 언급된 내용으로, 내시경 검사 시 관찰되는 육안적 소견만으로 위염을 분류하는 차별화된 내시경적 분류이다[1]. 위염의 내시경 소견에 객관적인 점수를 부여하여 위암으로 진행할 위험성을 0~8점 사이로 채점하는 방법이다[2,3]. 나아가서 Helicobacter pylori (H. pylori )에 감염되어 있는 위(현감염), 감염된 적이 있는 위(과거감염), 한번도 감염된 적이 없는 위(미감염)를 위내시경 소견으로 감별하여 미감염자 보호, 현감염자 치료, 과거감염자 추적검사를 유도하는 괄목할 만한 업적이다. 하지만 2015년에 영문으로 발표된 위염의 Kyoto 협의안에서는 이러한 새로운 내용들이 언급되지 않았다[4]. 대신 만성 위염과 십이지장염에 대한 진단 방법, 기능성 소화불량증과 H. pylori 감염으로 인한 소화불량증의 감별법, 위염의 올바른 진단 접근법, H. pylori 제균 치료의 대상, 시기, 방법에 대한 전문가들의 투표 결과를 실었으며, 원인학적 위염 분류표가 함께 게재되었다. 따라서 일본 밖에서 알려진 위염의 Kyoto 협의안은 일본에서 출판된 Kyoto 분류보다 오히려 기존의 서양의 위염 분류에 가깝다. 영문본만 읽으면 위염의 Kyoto 분류가 위내시경 소견으로 H. pylori 감염 상태를 진단하고, 위암의 위험성을 예측하는 점수 체계였다는 사실조차 알 수 없다.

우리나라처럼 위내시경 검사가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곳에서는 내시경 소견만으로 미감염자, 현감염자, 과거감염자를 감별하고, 위암의 위험성을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본론에서는 Kyoto 분류의 탄생 배경과 H. pylori 감염과의 연관성에 대하여 알아보고, 현재 우리나라에서 직면한 H. pylori 감염성 위염에 대한 문제점들과 해결책에 대하여 고민해보고자 한다.

본 론

1. Kyoto 분류의 탄생 배경

내시경으로 관찰되는 위점막의 해상도가 좋아지면서 이전에는 조직검사로만 진단할 수 있었던 병변들을 내시경 소견만으로도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국소 병변이 아닌 광범위한 배경 위점막의 내시경 소견들을 모두 포괄하는 위염 분류가 없어서 관찰된 소견들을 H. pylori 감염이나 위암과 연관지어 표기할 방법이 없었다. 비록 updated Sydney system에서 이전보다 H. pylori 감염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지만, 다양한 위내시경 소견을 기술하는 데 한계가 있다[5]. 이에 2013년 5월에 Kyoto에서 3일간 개최된 일본소화기내시경학회에서 하루마 켄 학회장은 위내시경 검사를 시행하는 의사들의 눈높이에 맞춘 새로운 위염 분류법을 제안하였다.

배경 위점막의 내시경 소견으로 H. pylori 감염 상태와 위암에 대한 위험성을 채점하는 Kyoto 분류는 Sydney system을 기본으로 하되, 보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위내시경 소견을 표준화한 것이다[2,3]. 표준화에 앞서 2008년에 결성된 일본소화기내시경학회의 부속 기구인 “만성 위염의 내시경 진단 확립을 위한 연구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중심으로 위염의 내시경 소견, 위암과 연관된 내시경 소견과 점수, 내시경 소견의 표기 방법을 개발하였다. 이후에 소화기내시경 전문의 5인(가와사키 대학의 하루마 켄 교수, 카마다 토모아키 선생, 이노우에 카즈히코 선생, 삿포로 대학의 카토 모토츠구 교수, 오카야마 대학의 무라카미 카즈나리 교수)에 의하여 120쪽에 달하는 “위염의 Kyoto 분류”가 완성되었다[6]. 그리고 2018년 10월에는 160쪽에 달하는 개정판으로 거듭났다.

2. 위내시경 소견을 통한 H. pylori 감염 상태의 진단

Kyoto 분류의 주요 내용은 국소 병변이 아닌 배경 위점막의 내시경 소견으로 H. pylori 감염 상태를 판단하고, 위암에 대한 위험성을 0~8점 사이로 채점하는 것이다. 관찰한 의사 개개인의 주관적 소견을 배제하기 위하여 Kyoto 분류에서는 H. pylori 미감염, 현감염, 과거감염 상태를 시사하는 각각의 내시경 소견들과 약물로 인한 위점막 손상 시 관찰되는 내시경 소견들을 19개의 객관적인 지표로 개발하였다(Table 1).

Subjective Criteria Listed in the Kyoto Classification

1) H. pylori 감염 상태에 따른 위내시경 소견

활동성 감염 시 관찰되는 내시경 소견은 전정부보다 체부와 기저부에서 더 뚜렷하다[7]. 호중구와 단핵구 침윤으로 인하여 위점막이 빨갛게 붓는 급성 염증 소견이 전정부보다 체부에서 더 명확하게 관찰되기 때문이다. 위축과 장상피화생에 의한 만성 위염의 위암화 과정이 강조되었던 기존 분류와 달리, Kyoto 분류에서는 위축이 발생하기 전 활동성 감염 상태에서의 급성 위염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이는 만성 위염 없이도 H. pylori 감염이 위암을 유발할 수 있으며, 활동성 감염 상태에서 발생한 위암은 예후가 불량하다는 사실에 착안한 것이다[1-3]. 급성 활동성 H. pylori 감염을 치료하지 않으면 거의 모든 예에서 만성 위염으로 진행하므로 위내시경 검사 시 아직 만성화되지 않은 비위축성 H. pylori 감염성 위염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2) H. pylori 감염력이 없을 때 관찰되는 위내시경 소견

내시경 검사 시 위각이나 체부의 소만측에서 보이는 균일한 세정맥 집합(regular arrangement of collecting venules, RAC)은 손상되지 않는 위점막을 가리킨다[6]. RAC 소실은 H. pylori 감염 이외에 다른 원인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으나 드물다. RAC 외에 미감염자에서 더 흔한 내시경 소견들로는 전정부의 대만측이나 체부 소만측의 규칙적인 선상 발적, 체부에서 보이는 5 mm 미만의 다발성 상피하 용종(위저선 용종) 등이 있다[6]. 기저부에만 국한된 위축성 변화를 보이는 A형 자가면역성 위염도 미감염자에서 더 흔하다.

3) 약물 손상으로 인한 위내시경 소견

H. pylori 감염으로 인한 위축이나 궤양이 위각부나 소만측에서 흔한 것과 달리, 약물로 인한 위점막 손상은 위 전반에 걸쳐 다발성으로 발생하기 쉽고 증상이 있는 경우가 많다[8]. 아스피린이나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drug)는 점막을 헐게 하여 궤양, 미란, 발적, 헤마틴 침착 등을 유발하지만, 양성자펌프억제제(proton pump inhibitor)는 융기형 병변을 유발한다[9]. 히스타민2 억제제와 달리 양성자펌프억제제를 장기 복용할 때는 기저부와 체부에서 흰색 융기가 관찰될 수 있는데, Kyoto의 위염 분류에서는 이를 위의 조약돌 모양 병변(gastric cobblestone-like lesion)이라고 부른다[10].

4) Kyoto 분류의 개정판에 새로 추가된 소견

2018년 11월에 나온 Kyoto 분류의 개정판에서는 기존의 19개의 위내시경 소견에 4개의 소견(가성용종, 흑점, 서리내린 모양, 조약돌 모양)이 추가되었다. 개정판에 추가된 내용은 대부분 H. pylori 감염과 무관한 위염으로, 상대적으로 드물어서 진단하기 어려운 위염의 내시경 소견들이다. H. pylori 이외의 감염성 위염으로 결핵, 거대세포바이러스, 매독, 아니사키시스(anisakiasis), Helicobacter suis에 의한 위염이 추가되었다. 그밖에 약제 연관성 위염, 자가면역성 위염, 호산구성 위염, 콜라겐성 위염(collagenous gastritis), 염증성 장질환과 동반된 위염에 대한 내용도 추가되었다.

3. 위내시경 소견을 통한 위암 발생의 위험성 예측

H. pylori 감염성 위염이 궤양, 선종, 선암, 림프종으로 진행할 가능성은 10% 미만이지만,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만 동아시아형 Cytotoxin associated gene A를 지닌 H. pylori의 감염율이 전체 H. pylori 감염자의 95%에 달하기 때문에 위염, 위궤양, 위암의 발생률이 높다[11-13]. Kyoto 분류에서는 H. pylori 감염과 무관한 위암이 드물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위암의 위험성에 대한 지표를 H. pylori 감염성 위염의 5대 내시경 소견인 위축, 장상피화생, 결절, 주름 비대, 미만성 발적(점상 출혈)으로 정하였다[6,14]. 따라서 기존의 위염 분류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원인(H. pylori 감염), 형태(내시경 소견), 위치(병변의 발생 부위)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었으나 병리 소견은 누락되었다[2,3]. 기존의 위염 분류들이 H. pylori 감염과 무관한 원인이나 많은 수의 조직검사를 요하는 병리학적 소견에 치중되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Kyoto 분류는 내시경 검사를 하면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내시경 시행의들을 위한 맞춤형 분류이다.

1) 미만형 위암으로 진행할 위험성이 높은 체부 위염

지금까지의 위염 분류는 H. pylori 감염에 의한 장기간 위암화 과정에 맞추어져서 만성 위염에 발생하는 예후가 좋은 장형 위암이나 선종에 적용할 수 있었으나, 젊은 위암 환자에서 발생하는 미만형 위암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였다. 실제로 심각한 위암은 미만형 위암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전암성 병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였었다. 나아가서 H. pylori 감염에 의한 위암이 적은 서양에서는 미만형 위암의 원인을 유전자 이상으로 분류하지만,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진단되는 젊은 위암 환자들은 대부분 H. pylori 감염자들이다[11,14]. 이에 Kyoto 분류에서는 미만형 위암의 전암성 병변으로 체부 위염으로 나타나는 활동성 감염성 위염 소견을 강조하였다. 미만형 위암은 만성 위염으로 진행할 틈도 없이 급성 활동성 감염 상태에서 H. pylori에 의하여 암이 발생한 것이기에, 체부의 H. pylori 감염성 위염은 빠른 위암화 과정으로 진행하기 전에 제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15,16].

대표적인 체부 위염은 주름 비대로 나타나는 비후성 위염과 기저부의 점상 출혈로 관찰되는 미만성 발적이다[17]. 비후성 위염은 H. pylori 감염으로 인한 점막 부종 때문에 위주름이 5 mm 이상으로 두꺼워지는 것으로 미만형 위암과의 연관성이 잘 알려져 있다[18,19]. 미만성 발적은 기저부와 체부 대만측에서 보이는 위점막 자극 소견으로, 1 mm 미만의 다발성 점상 출혈부터 광범위한 발적까지 다양하게 관찰될 수 있다[20].

2) 미만형 위암으로 진행할 위험성이 높은 결절성 위염

결절성 위염은 위점막이 닭살처럼 보일 때 진단하는 내시경적 진단명으로, Kyoto 분류에서 처음으로 전암성 병변으로 분류되었다[21]. 위축이 없는 위점막일수록 H. pylori 감염성 위염으로 인한 상피하 림프성 여포가 뚜렷하게 관찰되기에, 결절성 위염은 젊은 여성에서 흔하다[22]. 그동안 미만형 위암의 주요 전암성 병변임에도 불구하고 소아에서도 흔히 관찰된다는 이유로 과소 평가되어 왔으나, Kyoto 분류에서는 H. pylori 감염으로 인한 결절성 위염과 젊은 환자에서 발생한 미만형 위암에 대한 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이를 5대 전암성 병변으로 추가하였다[23-25].

3) 장형 위암으로 진행할 위험성이 높은 만성 위염

화생성 위염은 장상피화생의 내시경 소견으로, 불규칙하고 납작한 흰색 융기나 함몰형 미란으로 관찰되며 만성 감염이나 과거 감염에서 흔한 황색종이나 위축성 위염과 함께 진단된다[26]. H. pylori 감염성 위염이 비교적 드문 서양에서는 위염 분류로 Operative Link for Gastritis Assessment와 Operative Link for Gastric Intestinal Metaplasia Assessment를 사용한다[27,28]. 하지만 이는 위염의 병리학적 분류로 조직검사를 반드시 필요로 하므로, 위내시경 검사를 자주 하는 지역에서는 검사할 때마다 Operative Link for Gastritis Assessment와 Operative Link for Gastric Intestinal Metaplasia Assessment를 측정하기는 어렵다. 또한 만성 위염이 흔한 지역에서는 H. pylori 감염 여부를 조직검사로만 판단하면 위음성으로 나올 확률이 높으므로, 우리나라에서는 병리학적 위염 분류로만 위내 감염 상태나 위암화 과정을 판단하기가 어렵다[29]. Kyoto 분류는 이러한 조직검사의 한계점들을 감안하여 제작된 내시경 소견을 기반으로 한 위염 분류이다.

Kyoto 분류에서 위축성 위염의 진단은 Kimura-Takemoto 분류에 준하여 폐쇄형(closed-type, C1~3)과 개방형(open-type, O1~3)의 6단계로 분류한다[30]. 전정부에만 국한된 위축은 H. pylori 감염 없이도 나타날 수 있는 노화 현상으로 전암성 병변이 아니기에, Kyoto 분류에서 폐쇄 I형의 위축성 위염은 0점에 해당한다[31]. 즉, 위축이 전정부에 국한된 폐쇄 I형은 위암의 위험성을 높이지 않지만, 위축의 경계선이 위각을 넘어 체부에 있는 폐쇄 II형부터는 위암의 위험성이 높아진다[32]. 그러므로 위축성 위염은 위암 발생의 위험성에 준하여 전정부에 국한된 위축(C1), 위축 경계선이 체부에 있는 위축(C2~3), 분문부와 기저부까지 침범한 개방형(O)의 세 종류로만 나누는 것이 바람직하다.

4. Kyoto 분류의 활용과 우리나라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

Kyoto 분류가 정기적인 위내시경 검사로 시행하는 지역에서 도움이 되는 이유는 H. pylori 감염 상태와 위암 발생에 대한 위험성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현감염자는 미감염자에 비하여 위암 발생률이 약 150배 높고, 과거감염자는 미감염자에 비하여 약 50배 높기 때문에 위내시경 소견으로 위암의 위험성이 높은 H. pylori를 감별하는 것이 중요하다[33].

1) H. pylori 전염으로부터 보호

40세 이상의 모든 성인에게 일괄적으로 위암 검진을 권하는 것은 과거감염자의 추적검사를 우선시하는 구세대적인 발상으로, 미감염자가 점차 증가하는 우리나라 현실에 부적합하다[34,35]. 위암 가족력이나 H. pylori 감염력조차 없는 미감염자들이 감염자들과 함께 일괄적으로 위암 검진을 자주 받으면 오히려 위험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소독을 제대로 하여도 내시경 기기를 통한 전염률은 0%가 될 수 없기에, 이전에 같은 기기로 검사받은 감염자의 균이 전염될 수 있다[36-38]. 특히 H. pylori 유병률이 50%가 넘는 지역에서는 위내시경 1,000건당 4건의 비율로 H. pylori가 전염될 수 있으며, 내시경 전용 소독기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에는 더욱 높다[39-41]. 따라서 H. pylori 감염자에게 제균 치료를 강요하지 않은 채 모든 국민에게 일괄적으로 위암 검진을 받게 하는 현 정책은 바뀌어야 한다.

과거에는 H. pylori 감염이 주로 가족 내 수직 전염으로 인하여 발생하였으나 위생 상태 개선으로 가족 내 미감염자가 증가하면서, 타인으로부터의 수평 전염이 증가하고 있다[42-44]. 실제로 H. pylori 감염자와 결혼한 사람은 감염자일 가능성이 6배 높다는 독일의 연구 결과가 있으며, H. pylori의 DNA를 분석한 일본 연구에서는 부부나 직장 동료가 같은 균에 감염되어 있었다[45,46]. H. pylori는 타액과 치석에도 존재하므로 식사나 음주를 자주 같이 하는 사이일수록 전염의 기회가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47-49].

2) 감염자에 대한 신속한 진단과 치료

위암의 일차 예방책은 위내시경 검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위암의 발암 인자인 H. pylori를 치료하는 것이다[50].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제균 치료를 하지 않은 채 위암 검진만 열심히 받는 감염자들이 많다. H. pylori는 위점막과 치석에서 증식하므로, 식기나 술잔뿐만 아니라 치과 시술이나 위내시경 검사를 통해서도 전염될 수 있다[51-54]. 따라서 제균 치료를 하지 않고 위암 검진에만 주력하면 조기 위암 진단율 증가와 위암으로 인한 사망률 감소만 가져올 뿐, 위암 발생률 자체는 줄이기가 어렵다. 일본에서는 2013년 12월 21일부터 전 감염자에게 제균 치료를 시행하고 있으며, 개정된 학회의 지침서에서도 위암 예방을 위한 H. pylori 제균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55]. 청소년기, 위암의 저위험기(50세 미만의 성인), 고위험기(50세 이상)에서 각각 위암을 예방하는 방법이 정리되어 있는데, 모두 H. pylori 감염 진단과 치료에 대한 내용이다.

대부분의 위암이 H. pylori 감염 때문에 발생하기에, 위암의 원인을 음식이나 특정 유전자로 설명하는 것은 외국에서는 통하지 않는다[14,50,55].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위암의 원인을 H. pylori 감염이 아닌 음식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외국의 최신 문헌들이 경외시되고 있다는 간접적인 증거로, 위암 1위 국가를 벗어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위암으로 부분 위절제술을 받은 감염자들조차 제균 치료를 하지 않고 음식 조절만 하면서 여러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다니기도 한다. 감염자 치료 없이는 미감염자 보호가 되지 않아 위암을 결코 줄일 수 없기에, 서양처럼 H. pylori를 에이즈나 결핵 환자와 같이 감염자로 취급하여 별도의 공간에서 치과 시술이나 내시경 검사를 받게 하는 방안이 검토되어야 한다.

3) 과거감염자에 대한 추적검사

위축성 위염이나 장상피화생이 있는 감염자도 균이 사라지면 위암의 발생률과 위염 진행이 감소하기 때문에 제균 치료를 먼저 시행한 뒤 정기적인 추적검사를 권한다[56-59]. 일부에서는 균이 사라진 후에도 만성 위염이 지속적으로 관찰되며 위암이 발생할 수 있지만 제균 치료 시 위암의 발생률은 감염자들보다 월등히 낮다[60]. 감염이 오래 지속된 고령의 환자일수록 이시성 위암의 발생률이 높지만, 대부분 천천히 자라는 장형 위암이라서 다소 늦게 발견되더라도 예후가 좋기에, 더 잦은 추적검사를 권하지 않는다[61,62].

5. Kyoto 분류의 한계점과 추후 전망

Kyoto 분류는 H. pylori 감염 상태를 진단하는데 있어서 훌륭한 객관적인 지표이다[63-65]. 그러나 국제화 지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세분화된 내시경 지표와 위암 발생 위험성 채점 비중의 근거 부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Kyoto 분류의 첫 문장에 나오는 위축성 위염의 6단계 분류가 위암 발생 위험성에 맞춘 3단계 분류로 개편된다면 보다 많은 외국 의사들이 공감할 것이다. 아울러 19개의 내시경 지표와 새로 추가된 4개 지표 중 단독 소견으로 관찰되는 빈도나 의미가 적은 것은 과감히 정리하여 부가적인 지표로만 나열하면 국제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예를 들면, 지도상 발적은 대부분 장상피화생과 동반되기에 개별 지표로 책정하지 않는 편이 사용하기 편하다. 현재 일본에서 사용 중인 Kyoto 분류는 H. pylori 감염 상태를 감별하는데 탁월하여, 이러한 단점들만 보완된다면 전세계 어느 곳에서 위내시경 검사를 할 때마다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국제적인 위염 분류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결 론

위염의 Kyoto 분류는 H. pylori 감염으로 인한 위암이 흔한 지역일수록 위내시경 검사 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체계적인 분류법이다. 그러나 영문판만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외국 의사들은 Kyoto 분류의 내용이 Kyoto 협의안과 다르며, “위내시경 소견으로 H. pylori 감염 상태를 파악하고 위암의 위험성을 예측하는 점수 체계”였다는 사실조차 알 수 없다. H. pylori 감염성 위염의 내시경적 분류에 초점을 맞추어 만든 본래의 의도와 가치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라도 원문 제작과 무관한 제3자가 중심이 된 영문판은 차라리 위염의 Kyoto 협의안이 아닌 다른 제목으로 발표하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 사회에서도 실무자의 중요성을 깨닫고, 나아가서 원문에서 강조한 H. pylori 감염성 위염의 위내시경 소견과 전암성 병변으로서의 중요성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또한, 이렇게 새로운 분류까지 나오게 된 이유가 H. pylori 감염자를 빨리 진단하고 치료하여 전염을 줄이기 위해서라는 것도 상기해야 한다. 위암의 궁극적인 일차 예방법은 위내시경 검사나 음식 조절이 아닌 H. pylori 제균 치료이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지위와 나이를 막론하고 논문을 읽고 쓰기 싫어하는 의사들의 비중만 날로 늘어간다면 쏟아지는 위염 관련 문헌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국내 전문가들도 점차 줄어들 것이다. 최신 지식을 습득하려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만이 왜 내시경도 못 만드는 나라에서 H. pylori 제균 치료를 강요하지 않은 채 정기적인 위내시경 검진을 하는 것이 외국에서는 웃음거리가 되는지, 위암 1위 국가에서 벗어나는데 걸림돌이 되는지 깨닫게 해줄 것이다.

Acknowledgements

This study was supported by the Korean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NRF2016R1D1A1B02008937).

Notes

No potential conflict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was repor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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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1.

Subjective Criteria Listed in the Kyoto Classification

Endoscopic finding Location H. pylori infection
Increase the risk of intestinal-type gastric cancer
 1. Atrophy All Active or past
 2. Intestinal metaplasia All Active or past
Increase the risk of diffuse-type gastric cancer
 3. Diffuse redness (translucency of collecting venules) Body Active
 4. Enlarged gastric folds ≥5 mm Body Active
 5. Chicken skin-like nodularity Antrum Active >> past
No comment on the risk of gastric cancer
 6. Spotty redness Fundus > body Active >> past
 7. Sticky mucus Body Active
 8. Mucosal swelling All Active
 9. Foveolar-hyperplastic polyp All Active > past
 10. Xanthoma All Past > active
 11. Map-like redness All Past
 12. Depressed erosion All All
 13. Patchy redness All All
 14. Multiple white and flat elevated lesions Fundus > body Past or never >> active
 15. Regular arrangement of collecting venules Angle > body Never >> past
 16. Fundic gland polyp Fundus > body Never > past
 17. Linear red streak All Never > Past >> active
 18. Raised erosion Antrum Never > past >> active
 19. Hematin deposit All Never > Past >> active

H. pylori, Helicobacter pylo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