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기능성 소화불량증이란 상복부 통증, 상복부 팽만감, 조기 만복감, 포만감 등의 만성적이고 반복적인 다양한 상부위장관 증상으로 구성되며, 이를 설명할만한 뚜렷한 기질적 원인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를 의미한다[
1]. 증상을 중심으로 하는 진단명이며, 여러 가지 병태생리가 관여하는 다양한 질병의 집단이기에 흔한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그 범주를 명확히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 면이 있다[
2]. 병인으로는 소화관 운동 장애, 내장 과민성, 정신·사회적 요인, 환경적 요인, 자율신경 장애 등과 같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러한 요인 외에도
Helicobacter pylori (
H. pylori) 만성 감염이 기능성 소화불량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가설이 제시되어 왔으며, 실제로 많게는 기능성 소화불량증 환자의 70% 정도에서
H. pylori 감염이 확인된다[
3,
4]. 그러나 앞서 언급하였듯이 기능성 소화불량증의 병인 자체가 복합적이기 때문에 단일한 병태생리에 근거한 치료적 접근이 어려워,
H. pylori 감염을 치료한다고 하여도 다른 원인이 되는 요인들이 잔존하는 경우는 증상 호전이 없을 수 있고, 제균 치료가 기능성 소화불량증의 치료에 어느 정도로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명확한 증거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또한
H. pylori 유병률의 차이가 큰 서양과 동아시아 지역에서 소화불량 환자의
H. pylori 검사 및 치료 방침에는 차이가 있으며, 실제로 현재까지 소화불량증 환자에서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에 의하여 임상 증상이 개선됨을 확인한 잘 디자인된 국내 및 아시아 연구 자료는 상당히 제한되어 있으며 그 결과들도 서로 상충되고 있다[
5-
7]. 최근 우리나라와 인종적, 환경적으로 유사한 중국에서 시행한 기능성 소화불량증 환자에서의
H. pylori 제균 치료에 대한 메타분석에서는 1980년부터 2007년 4월까지 출판된 무작위 대조 연구를 대상으로 한 결과 이들 환자에서
H. pylori 제균이 증상 호전에 뚜렷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6]. 우리나라에서는 기능성 소화불량증의 치료에 있어
H. pylori 제균은 현재까지도 논쟁이 되고 있으며, 증상 개선을 위하여 양성자펌프억제제, 위장관 운동 촉진제, 히스타민 수용체 길항제, 제산제 등이 사용되고 있으나 높은 수준의 증거를 가진 표준 치료법은 없어 이들 약제의 조합 등으로 경험적 투여를 하는 실정이다.
비교적 최근에 개발된 약제인 모티리톤은 현호색(corydalis tuber)과 견우자(pharbitis seed)로부터 추출한 생약 추출물 제제로서, 5-hydroxytryptophan3 길항 활성과 5-hydroxytryptophan4 항진 활성, 도파민 D2 길항 활성을 통하여 위 배출능을 촉진시키고 위저부 적응 이상을 개선시킴으로써 기능성 소화불량의 증상을 호전시키는 약물이다. 최근 국내 임상시험에서 그 유효성과 안정성을 입증받아 2011년 5월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기능성 소화불량증 치료제로 허가받은 상태이다[
8].
우리나라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진료지침에서는
H. pylori 양성 기능성 소화불량증 환자의 일부에서 제균 치료가 도움이 될 수도 있음을 기술하고 있으나, 기능성 소화불량증에서 제균 치료의 효과에 대한 국내 무작위 대조 연구 결과가 보고된 바가 없어 실제 임상에서 제균 치료 시행을 결정함에 있어 신중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9].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기능성 소화불량증 환자에서
H. pylori 제균 치료의 효과가 어떠한가에 대하여 잘 디자인된 임상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우리나라에서
H. pylori 양성 기능성 소화불량 환자를 대상으로 모티리톤과
H. pylori 제균 치료의 효과를 비교하여 그 유효성을 확인하고자 하였다.
대상 및 방법
1. 연구 대상
2014년 8월부터 2017년 6월까지 총 6개 병원에서 각각의 기관윤리위원회 승인을 받은 후 다기관 공동 연구를 시행하였다(IRB no. C2014006 [1202] [중앙대학교병원], 2014-04-011-023 [순천향대학교병원], KNUMC-14-1023 [경북대학교병원], 1404-007-029 [부산대학교병원], CNUH-2014-167 [전남대학교병원], 1406-101-589 [서울대학교병원]). 피험자 선정 기준은 본 임상시험동의서에 자의로 서면 동의하고 연구에 필요한 방문과 관련 검사, 설문지 작성 등에 협조할 수 있는 만 20세 이상 만 70세 이하의 성인 남성 및 여성으로서 로마기준 Ⅲ에 적합한 기능성 소화불량증 환자 중 H. pylori 양성으로 확인되고, Beck 우울척도, 신체 감각 증폭 척도 검사상 정상인 환자로 하였다. 한편 다음과 같은 경우는 연구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1) 로마기준 Ⅲ에 해당하는 과민성 장증후군 환자, 2) 위장관 출혈, 기계적 장폐색, 천공 등으로 수술을 받았던 환자, 3) 최근 6개월 이내에 역류성 식도염(Los Angeles 분류 A 이상), 활동성 또는 치유기 위·십이지장 궤양, 위 선암, 식도 선암, 췌장 질환(췌장염, 췌장암 등), 담도 질환, 염증성 장질환 등의 소화불량증의 기질적 원인이 될 수 있는 질환이 있었던 환자, 4) 이전에 H. pylori 제균 치료를 시도한 적이 있는 환자, 5) 조절이 되지 않는 당뇨병 및 고혈압, 간기능 장애 및 신기능 장애, 심장 및 폐, 혈액 등에 중대한 장해를 가지고 있는 환자, 6) 알코올 중독자, 약물 의존자, 7) 연구 약물의 약효 평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약(위장관 운동 조절제, 히스타민 H2 수용체 길항제, 양성자펌프억제제,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 항콜린제, 에리스로마이신 등 각종 항균제, 부신피질호르몬제, 항우울제, 아스피린을 제외한 항혈소판제, 항응고제 등)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이러한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피험자는 최소한 2주간의 wash-out period 후 참여 가능), 8) 시험 약제에 대한 약물 알레르기 병력이 있는 환자, 9) 임산부, 수유부 및 적절한 피임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 가임기의 여성, 10) 기타 위 항목들 외에 연구자가 시험 참여에 부적합하다고 판단한 경우였다.
로마기준 Ⅲ에 따라 기능성 소화불량증은 최소 6개월 전에 증상이 시작되고 최근 3개월간 다음 4가지의 증상(명치 통증, 명치 쓰림, 조기 포만감, 식후 불쾌감) 중 최소 한 가지 이상이 있으면서 이러한 증상을 설명할 만한 기질적 질환이 없을 때로 정의하였다[
2]. 기질적 원인의 배제를 위하여 모든 환자에서 스크리닝 시 상부위장관 내시경 검사를 시행하였고, 6개월 이내의 상부위장관 내시경 검사 결과가 있을 시 이로 대체하였다. 본 시험은 ClinicalTrials.gov (NCT02162316)에 등록되었다.
2. 시험 절차
스크리닝과 1주간의 관찰기 종료 후 대상 환자를 H. pylori 제균 치료군 및 모티리톤 투여군에 1:1로 무작위 배정하였다. 등록된 환자는 배정된 대로 H. pylori 제균군인 경우 H. pylori 제균 약물(pantoprazole 40 mg, clarithromycin 500 mg, amoxicillin 1,000 mg 각각 하루 2회)과 모티리톤 30 mg 위약을 하루 3회 복용하였고, 모티리톤군의 경우 H. pylori 제균 위약과 모티리톤 30 mg을 하루 3회씩 1주간 복용하였다. 이후 11주간 전자는 모티리톤 위약, 후자는 모티리톤을 각각 하루 3회씩 복용하였다. 약제 복용 기간 동안 일지에 매일의 증상 변화를 기록하였으며, 시험 개시 6주와 12주 후에 각각 전반적 증상 호전도와 삶의 질을 평가하였다.
본 연구는 H. pylori 감염이 있는 기능성 소화불량증 환자를 대상으로 H. pylori 제균 치료군과 모티리톤 투여군의 효과를 평가하기 위한 예비 연구로, 이 연구 목적을 충족하기 위한 연구 대상자 수를 116명으로 결정하였으며, 15%의 탈락률을 고려하여 총 136명 등록을 목표로 하였다. 무작위 배정 방법은 임상시험 실시 기관에 따라 층화한 블록 무작위 배정 방법(block randomization method)을 적용하였다. 배정 절차는 서울의대/서울대학교병원 의학연구협력센터(Medical Research Collaborating Center) 무작위 배정 홈페이지에 인적사항 및 선정, 제외 기준을 통보하면 무작위 배정 번호가 화면에 나타나고 이를 출력하여 보관하며 부여받은 배정 번호를 부여하여 시행하였다.
병용 금기 약물로는 위장관 운동 조절제, 히스타민 H2 수용체 길항제, 프로톤펌프저해제,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제, 항콜린제, 에리스로마이신, 부신피질호르몬제, 항우울제, 아스피린을 제외한 항혈소판제, 항응고제가 해당되었다. 시험 약물의 순응도는 환자 일지에 피험자가 기록한 임상시험용 의약품 투여 여부를 참조하여 복용한 의약품 수/복용해야 할 의약품 수×100으로 계산하여 %로 기록하였고 약물을 80% 이상 복용하였을 경우 순응도가 만족할 만하다고 평가하였다.
3. H. pylori 감염과 제균 여부 판정 및 유효성 평가
스크리닝 시와 치료 후 12주에 각각 요소호기검사를 시행하였고, 스크리닝에서 양성인 경우 H. pylori 감염이 있다고 판정하였으며, 치료 후 12주에 시행한 검사에서 음성인 경우 H. pylori 제균 성공으로 판정하였다. 주 유효성 평가 항목은 시험약 투여 12주 후 증상의 호전 정도로, 환자의 전반적 평가를 통하여 7-point Likert scale (완전히 악화-상당히 악화-어느 정도 악화-비슷-어느 정도 호전-상당히 호전-완전히 호전)로 표시하였으며, 호전은 어느 정도 호전됨(moderately improved), 상당히 호전됨(markedly improved), 완전히 호전됨(symptom-free)에 해당된 경우로 정의하였고, 호전된 환자의 비율을 각 군별로 산출하여 비교하였다.
이차 유효성 평가 항목들은 다음과 같았다. 1) 시험약 투여 6주 후 증상의 호전 정도, 2) 시험약 투여 12주 후 4가지 기능성 소화불량 증상에 대한 개선도의 유효율(4가지 기능성 소화불량 증상의 빈도[1: 한 달에 하루 미만; 2: 한 달에 1일; 3: 한 달에 2~3일; 4: 일주일에 1일; 5: 일주일에 2~6일; 6: 매일] 및 강도[0: 전혀 없었다; 1: 매우 약하였다; 2: 약하게 나타났다; 3: 조금 심하였다; 4: 심하였다; 5: 매우 심하였다]의 곱으로 산출된 총 점수가 치료 전에 비하여 50% 이상 감소한 것을 유효한 것으로 정의), 3) 시험약 투여 6주와 12주 후의 기능성 소화불량증 증상들의 개별 점수 및 총 점수의 변화, 4) Nepean Dyspepsia Index-Korea (NDI-K) 삶의 질 점수의 변화[
10], 5) 증상 개선 여부에 대하여 “예” 또는 “아니오”로 평가한 환자의 증상 호전 비율.
4. 이상반응의 평가
이상반응은 시험 약물을 투여받은 환자에게 발생한 모든 유해하고 의도하지 않은 증후, 증상 또는 질병으로 정의하였다. 또한 관찰된 모든 이상반응에 대하여 임상시험용 약품과의 인과 관계를 평가하였다. 중대한 이상반응은 사망을 초래하거나 생명을 위협하는 사례, 입원 또는 입원 기간의 연장이 필요한 사례, 지속적 또는 중대한 불구나 기능 저하를 초래하는 사례 및 그 밖에 의학적으로 중요한 상황이 초래된 사례로 정의하였다. 그 외 활력징후 측정 결과, 이학적 검사 결과를 안전성 평가 변수로 분석하였다.
5. 통계 분석 방법
얻어진 자료는 intention-to-treat (ITT) 분석군, per-protocol (PP) 분석군으로 나눌 수 있으며, ITT 분석군은 무작위 배정된 모든 환자들로, PP 분석군은 계획대로 임상시험을 완료한 모든 환자들을 대상으로 정의하였다. ITT 분석에 기반하여 예상 표본수를 계산하였고, 대조약 모티리톤의 치료 호전율은 50%, 시험약인
H. pylori 제균 치료의 호전율은 75%, 검정력 80%, 유의 수준 0.05 (양측 검정), 중도 탈락률은 15%로 설정하였다[
6,
8]. 상기 조건을 통하여 계산된 예상 표본수는 각 군당 68명씩 총 136명이었다. PP 분석군은 무작위 배정을 위반하지 않았고 병용 금지 약물을 복용하지 않은 환자로 최종 유효성 평가를 받았으며 복약 순응도 80% 이상인 경우로 정의하였다.
H. pylori 제균 치료군은 제균 성공군과 제균 실패군으로 나누어 비교하였다. 안전성 평가는 무작위 배정 후 임상시험용 의약품을 1회 이상 투여받은 모든 환자들에서 시행하였다.
유효성 평가의 최종 판정은 PP 분석군을 사용하였다. H. pylori 제균 치료군 및 모티리톤 투여군 간에 증상의 호전 정도, 4가지 기능성 소화불량 증상 개선도의 유효율, 환자의 개선율을 비교하기 위하여 카이제곱 검정(chi-square test) 혹은 피셔의 정확 검정(Fisher’s exact test)을 실시하였다. 기능성 소화불량증 증상의 개별 점수 및 총 점수의 변화, NDI-K 삶의 질 점수 변화의 두 군 간 비교에는 반복 측정 자료 분석 방법인 일반화 추정 방정식(generalized estimating equation) 방법을 사용하였으며, 각 군 내 변화 여부에 대해서는 짝지은 t-검정(paired t-test) 또는 윌콕슨 부호 순위 검정(Wilcoxon signed rank test)을 통하여 비교하였다. 통계적 유의성은 P<0.05를 기준으로 하였다.
고 찰
본 연구는 기능성 소화불량 환자들을 대상으로
H. pylori 제균 치료의 효과를 모티리톤 투약 효과와 비교하여 그 유효성을 확인하기 위하여 다기관, 무작위 배정, 이중 눈가림, 평행 비교 연구로 계획되었다. 하지만 초기에 계획하였던 목표에 비하여 충분한 수의
H. pylori 양성인 기능성 소화불량증 환자를 등록하는 데 실패하였는데, 등록률이 저조하였던 원인으로 다음과 같은 점들을 생각해볼 수 있다. 우선, 로마기준 Ⅲ에 따라 기능성 소화불량증의 진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판정 시점으로부터 최소 6개월 이전에 해당 증상이 시작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2]. 이에 비하여 연구 참여 기관들에 내원한 소화불량증 환자들의 대부분은 진단 기준에 부합하는 임상적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시점이 내원일로부터 6개월 미만인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경향성은 이전에 일본 및 한국에서 시행된 연구들에서도 확인되었던 바 있다[
11,
12]. 또한, 3차 병원인 연구 참여 기관들에 내원하기 전에 이미 대상자들이 연구 약물의 약효 평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약제들(양성자펌프억제제, 위장관 운동 촉진제, 히스타민 수용체 길항제, 제산제)을 1, 2차 의료기관에서 처방받아 복용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연구 참여를 위하여 2주간 약물 중단이 필요하나 환자가 이를 원치 않는 경우가 많았던 점도 주요 이유 중 하나이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에서는 제균 치료를 통한 기능성 소화불량증에 대한 연구의 시행에 있어 실질적 어려움이 존재하며, 1, 2차 의료기관을 포함하여 연구를 진행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으나 이러한 방법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주 유효성 평가 변수였던 시험약 투여 12주 후 7-point Likert scale로 평가한 증상 호전 비율이 모티리톤 투여군에서 제균 치료군에 비하여 더 높았으나 통계학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한편, 시험약 투여 6주 후 평가한 두 군의 증상 호전 비율은 제균 치료군에서 모티리톤 투여군보다 더 높았으나 역시 통계학적으로 차이는 없었다. 시험약 투여 12주 후 4가지 기능성 소화불량 증상의 개선 유효율도 약 70% 전후로 양 군 간에 비슷하였고, 증상의 호전 정도 역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삶의 질 점수 역시 양 군 모두에서 비슷한 양상으로 증가하였다. 이러한 결과를 종합해볼 때 H. pylori 제균 치료와 모티리톤 투약 모두 기능성 소화불량 환자들에서 비슷한 정도로 유의한 증상 개선 효과를 보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 H. pylori 박멸 이후의 증상 변화를 정확히 평가하고자 실제 제균에 성공한 환자들만을 선정하여 추가 분석을 한 결과, 제균 성공군과 모티리톤 투여군 모두 12주째에 90% 전후의 증상 호전율을 보여, 두 가지 치료 모두 대부분의 환자에서 효과를 보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통계적 유의성은 없었으나 12주 후 7-Likert scale을 이용한 증상 호전 여부는 모티리톤 투여군에서 높은 경향을 보였고, 12주 후 4가지 기능성 소화불량 증상에 대한 개선도의 유효율은 반대로 제균 치료군에서 높은 경향을 보였는데, 이에 대한 설명으로 두 가지 사항을 고려해볼 수 있다. 하나는 선별검사 시점에 4가지 증상 중 명치 쓰림을 제외한 나머지 3개의 증상 점수 그리고 모든 증상 총점의 평균 점수가 제균 치료군에서 모티리톤 투여군에 비하여 2배 이상 높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는 전체 환자수가 적은 상황에서 제균 치료군에 배정된 환자 중 한 명의 증상 점수가 타 환자에 비하여 매우 높았기 때문에 발생한 차이로, 실제로 증상 개선도의 유효율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이 환자는 치료 6주, 12주차에 각 증상에서 큰 폭으로 감소하여 뚜렷한 호전을 기록하였다. 두 번째는 두 가지 평가 항목의 근본적인 차이에서 찾을 수 있다. 7-Likert scale을 이용한 증상 호전 여부는 개별 증상에 대한 점수화가 아닌 환자의 전반적이고 주관적인 평가였고, 정도에 무관하게 증상 호전이 있으면 모두 호전이 있었다고 평가하였던 반면에, 증상 개선도의 유효율은 치료 전후의 각 증상의 빈도와 강도를 곱한 점수가 치료 전에 비하여 3개월 뒤 50% 이상 감소하였을 때에만 유효하다고 평가하였다. 즉, 증상 총점이 50% 이상 큰 폭으로 호전된 환자가 제균 치료군에 더 많았고 상대적으로 경도의 호전을 보인 환자가 모티리톤 군에 더 많은 경향을 보여 상기와 같은 결과가 나오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본 연구의 주 평가 변수는 12주 후 7-Likert scale을 이용한 증상 호전 여부이므로, 이에 더 중점을 두어 결과를 해석해야 하겠다.
기능성 소화불량에서의 모티리톤의 효과를 연구한 과거 무작위 대조 연구들에서 모티리톤 투여군에서 치료 4주차에 37~60.5%의 증상 호전율을 보였던 것과 비슷하게 본 연구에서도 6주차의 증상 호전율은 58.3%를 기록하였다[
8].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제균 성공 여부와 무관하게 제균 치료군에서는 6주 후와 12주 후의 증상 호전율에 거의 차이가 없었으나 모티리톤 투여군에서는 투약을 유지하면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호전율이 더 증가하였다는 사실이다. 이는 모티리톤 투약 지속에 따라 위배출, 위적응 개선 작용이 점차 효과를 발휘하여 장기적으로 소화불량 증상 개선 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생각할 수 있겠다. 또한, 본 연구에서는 식후 불편감 외에 상복부 통증에 관련된 증상에 대해서도 모티리톤이 효과를 보였다. 소화불량을 크게 상복부 통증 증후군과 식후 불편감 증후군의 두 아형으로 나누었을 때 명치 통증, 명치 쓰림은 전자에, 조기 포만감, 식후 불쾌감은 후자에 해당하는 증상으로 간주할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전자에서는 위장관 운동 촉진제가, 후자에서는 산분비 억제제가 더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 해당 증상에서 각 약제를 우선적으로 투약할 것을 고려한다. 해당 약제가 두 아형 모두의 증상에 효과가 있었던 원인으로 다음과 같은 점들을 생각해볼 수 있다. 우선, 본 연구에서는
H. pylori 양성 소화불량 환자들만을 대상으로 하였기에
H. pylori 음성 환자들을 포함한 타 연구들과 직접적으로 비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결과적으로 두 아형 모두의 증상이 호전되는 결과가 나타났는데,
H. pylori 양성 소화불량 환자들의 독특한 증상 발생 기전과 발현 양상이 약제에 대한 반응에 있어서도 차이를 나타내 이러한 결과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겠다. 또한 모티리톤은 동물실험에서 위배출 촉진뿐 아니라 내장 과민성을 완화하는 작용이 있었는데, 내장 과민성에 의한 위장관계 통증을 일부 호전시켜 기존 약제들과 그 기전이나 효과 측면에서 차이를 보일 수 있다는 것도 고려할 점이 되겠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본 연구에서
H. pylori 제균율이 상대적으로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H. pylori 제균 치료 후 박멸 여부와 상관없이 모티리톤 투여군과 비슷한 증상 호전 비율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는 항생제 투약으로
H. pylori를 제균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효과 외에도 다른 기전을 통하여 기능성 소화불량증 관련 증상의 호전이 일어날 가능성을 생각하게 한다. 예를 들어, 양성자펌프억제제와 항생제를 투여함으로써 장내 세균총에 변화가 생기게 되고, 이러한 현상이 위장관계 증상 발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13-
16]. 장내 세균총의 조성 변화에 따른 위장관 관련 증상들이 기능성 소화불량증의 증상들과 일부 겹치는 부분이 있으며, 또한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산도가 낮은 위에서도 일부 미생물들이 발견되고 있어 이러한 위장관전반의 세균총 변화로 인하여 최종적으로 발현되는 상부위장관 증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17-
19]. 제균 치료군에서 제균 약제 투여 후 위약 외의 추가적 약물 요법 없이도 소화불량 증상의 호전 효과가 지속되는 경향이 이번 연구에서 관찰되었다. 그러나
H. pylori 제균 치료군에서도 모틸리톤 위약 투여가 연구 종료 시점까지 꾸준히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였을 때, 위약 효과에 의한 가능성 역시도 고려해야 한다. 비록 참여자가 소수여서 결론을 내리기는 힘들지만 그럼에도
H. pylori 제균 치료가 위장관 운동 조절제인 모티리톤 투여와 비슷한 정도의 유효한 효과를 보이는 경향을 확인하였다.
최근
H. pylori 연관 위염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일부에서 이를 새로운 질환군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20]. 일본에서는 국가 주도로 2013년부터
H. pylori 연관 위염이라는 광범위한 질환군을 제균 치료 대상으로 지정하여 치료 범위를 비약적으로 확대하였다. 이는 제균 치료를 통하여 감염자의 위암 발생률을 낮추고 주변인들의 전염 기회를 줄여, 장기적으로는 위암 유병률을 서구 선진국 수준으로 낮추기 위한 계획의 일환이다. 이러한 경향을 반영하여 2016년 발표된 Maastricht V/Florence 진료지침에서도
H. pylori 연관 위염을 증상 유무와 관계 없이 감염성 질환으로 분류하였고, 독립된 질환군임을 강조하였다[
21]. 그러나 이러한 주장이나 연구 결과들을 해석함에 있어 국가별, 지역별로
H. pylori 유병률이 다를 뿐만 아니라 생활 양식, 환경 요인 등이 서로 달라 위장관계 질환의 역학에 차이가 있음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나아가 모든 기능성 소화불량증 환자에게 제균 치료를 시행하는 것은 항생제 내성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까지 감안하였을 때
H. pylori 감염률, 식이 습관, 생활 양식에 차이가 있는 외국의 치료 방침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우리나라 실정에 맞추어 치료의 효과와 위험성을 면밀히 따져 제균 치료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본 연구는 우리나라의 H. pyori 양성 기능성 소화불량 환자를 대상으로 제균 치료의 효과를 알아보고자 계획된 연구이다. 2018년부터 제균 치료 약제의 보험급여 기준이 확대되면서 이전에 비하여 실제 진료 현장에서 임상적 필요에 따라 제균 치료를 더 적극적으로 시행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본 연구의 결과는 향후 기능성 소화불량증 환자의 치료에 있어 더욱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장점을 가질 수 있다.
이 연구가 갖는 제한점으로는 계획하였던 대상자 수에 비하여 실제 등록 환자수가 적어 검정력이 떨어져 치료 효과의 차이와 연관된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하기 어려웠고, 제균 치료에 반응을 보인 환자들의 특성에 대한 추가 분석은 불가능하였다는 점이 있다. 그렇지만
H. pylori 양성 기능성 소화불량 환자에 있어 제균 치료가 위장관 운동 촉진제 투여와 비교하여도 큰 차이 없이 일정 수준 이상의 만족할 만한 효과를 거두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차후 더 많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후속 연구를 통하여 제균 치료의 효과와 위장관 조절 약제의 효과를 비교한 자료들이 더 많이 축적되어 향후 기능성 소화불량증의 치료 방침 결정에 대한 근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최근 감소하고 있는 표준 삼제요법의 국내 제균율을 감안하더라도 본 연구에서의
H. pylori 제균율이 상당히 저조하였다[
22,
23]. 이는 치료 12주 후에 제균 치료군에서 모티리톤 투여군에 비하여 증상 호전 비율이 낮은 경향을 보인 원인일 수 있다. 다만, 추가적으로 제균에 성공한 환자들만을 따로 분석하였을 때에는 증상 호전 비율이 더 높았고, 그 비율이 모티리톤 투여군과 거의 유사함을 확인하였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를 통하여 H. pylori 감염이 동반된 기능성 소화불량 환자에서 제균 치료가 증상 호전에 있어 일정 수준 이상의 효과가 있을 가능성을 확인하였으나, 적은 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로서 그 결과 해석에 한계가 있어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다만, 제한된 환경 내에서 우리나라에서 제균 치료와 연관된 향후 기능성 소화불량증 환자의 치료방침 결정에 있어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연구로서의 의의가 있다 하겠다. 차후 더 많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전향적 연구들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며, 실질적인 연구 시행 단계에서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에 대해서도 심도있는 고찰 및 준비가 필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