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 치료가 위암의 발병 위험을 줄일 수 있는가?
Could Helicobacter pylori Treatment Reduce the Risk of Gastric Cancer in Individuals with a Family History of the Dis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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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Helicobacter pylori (H. pylori) 감염과 위암 가족력은 위암의 주요 위험 요인이다. 최근 위점막의 위축 변화가 심한 조기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무작위 대조군 연구에서 H. pylori 제균 치료가 이시성(metachronous) 위암의 위험을 50% 감소시켰다[1]. 일반 인구 집단에서 위암 예방을 위한 H. pylori 제균 치료의 효과를 연구한 체계적 문헌 고찰에서도 H. pylori 제균 치료가 위암에 걸릴 확률을 0.66으로 낮추었다[2]. 또한 1차 직계 가족 중에 위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 위암의 위험성이 2~3배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3]. 하지만 아직까지 H. pylori 제균 치료가 위암 가족력이 있는 사람의 위암 발병 위험을 줄일 수 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구와 일본의 consensus report에서는 위암 환자의 가족에 대하여 H. pylori 제균 치료를 권고하고 있다[4-6].
상기 연구는 대한민국의 국립암센터에서 2004년 11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선별한 위암 환자의 1차 직계 가족 3,100명을 대상으로 한 단일기관, 이중 맹검, 위약 비교 연구이다. H. pylori 감염 환자 1,838명을 무작위로 배정하여 917명이 제균 요법(lansoprazole 30 mg, amoxicillin 1,000 mg, clarithromycin 500 mg을 각각 7일 동안 하루 2회 투여)을 받았고 921명이 위약을 복용하였다. 일차 평가 변수는 위암의 발생 여부였으며, 이차 평가 변수는 후속 연구 기간 동안 H. pylori 제균 상태에 따른 위암의 발생 여부였다. 평균 추적 기간은 9.2년이었고, 내시경 검사는 매 2년마다 시행되었다. 임상시험이 끝나는 시점인 2016년 1월부터 2018년 12월 사이에 H. pylori 존재 여부와 더불어 종료 내시경을 실시하였다. 일차 평가 변수 분석을 위하여 수정된 치료 의향 분석(modified intention-to-treat)에 총 1,676명(제균 요법군 832명, 위약군 844명)이 포함되었다. 연구 기간 동안 위암 발생은 제균 요법군에서 10명(1.2%), 위약군에서 23명(2.7%)이었다(hazard ratio 0.45, 95% CI 0.21~0.94; P=0.03). 제균 요법군에서 발생한 위암 환자 10명 중 5명(50%)은 제균 치료에도 불구하고 균이 잔존한 경우였다. H. pylori 제균이 성공한 군의 0.8% (5/608)에서 위암이 발생하였고, 실패한 군과 위약군 중에서는 2.9% (28/979)에서 위암이 발생하였다(hazard ratio 0.27, 95% CI 0.10~0.70). 부작용은 경미하였고, 치료군이 위약군보다 더 흔하였다(53.0% vs. 19.1%, P<0.001). 결론적으로, 이 연구를 통하여 1차 직계 가족 중에 위암의 병력이 있는 H. pylori 감염자에 대한 제균 치료가 위암의 위험을 줄인다고 할 수 있다.
해설: 전향적 무작위 임상시험으로 평균 9.2년의 추적검사로 진행된 이 연구에서는 위암 환자의 1차 직계 가족을 대상으로 H. pylori 제균을 시행한 경우 위약군보다 위암 위험도가 55% 낮았다. 특히, H. pylori 제균이 성공한 경우 감염이 지속된 경우보다 위암의 위험도가 73% 낮았다. 1차 직계 가족은 환자의 부모, 형제, 자식을 일컫는다. 제균 치료군에서 치료에 따른 부작용은 흔하였지만 중증도는 경미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저자들의 이전 연구인 조기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무작위 대조군 연구와 비교해볼 때, H. pylori 제균 치료로 이시성 위암의 위험이 50% 감소하였고, 특히 H. pylori 제균이 성공한 군에서 위암의 위험이 68% 감소하였다는 결과와 유사하다[1]. 저자들의 이번 연구와 이전 연구에서 공히, 배정된 군에 따른 분석보다 제균 여부에 따른 분석에서 위암 위험도가 18% 더 낮았다. 이는 H. pylori 제균이 실패할 경우 잔존하는 지속적인 위험에 의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전술한 대로, H. pylori 감염이 있는 무증상 건강한 사람이 포함된 6개 무작위 임상실험의 체계적 문헌 고찰에서 제균 치료를 받은 군이 대조군에 비하여 위암의 위험도가 34% 낮았다[2]. 체계적 문헌 고찰에 포함된 연구를 검토해보면 H. pylori 제균에 의한 위암 예방 효과는 오랜 기간 동안 많은 대상군을 필요로 하는데, 이번 연구는 위암 환자의 1차 직계 가족이 위암 발생률이 높음을 감안하고, 참가자들이 임상시험 약물에 대한 복용 준수도가 높아 비교적 적은 표본 크기로 실험을 진행할 수 있었다.
위암의 발병률이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대한헬리코박터연구회에서 1998년에 H. pylori 감염의 진단 및 치료에 관한 진료지침을 공표한 이래[7] 대한상부위장관·헬리코박터학회에서 2009년에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였고[8], 2013년에 개정판이 발표되었다[9]. 위암 환자의 10~15%에서 가족력이 있으며, 위암 환자의 직계 가족은 식습관, 흡연, H. pylori 감염 등 비슷한 생활 환경을 공유하여 대조군에 비하여 위암 발생률이 2~3배 높다고 보고되고 있다[10-12]. 위암 환자의 가족력과 H. pylori 감염이 동시에 있는 경우에는 위암 발생률이 5~8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13,14].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대한상부위장관·헬리코박터학회의 임상 진료지 침에서는 중간 정도의 근거수준과 낮은 정도의 권고등급으로 “위암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에 감염된 가족에서 제균 치료가 위암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권고하고 있다[8]. 동일하게 미국과 일본의 consensus report 그리고 Maastricht 지침에서는 위암 환자의 가족에 대하여 H. pylori 제균 치료를 권고하고 있다[4-6]. 반면, 2017년 발표된 미국소화기학회의 임상 진료지침에서는 증거가 불충분하기 때문에 위암의 가족력이 있는 무증상 군에서 H. pylori 검사나 치료를 권고하지 않는다[15]. 따라서, 상기 연구는 위암 환자의 직계 가족 중 H. pylori에 감염된 경우 제균 치료 후에 위암 발생이 감소한다는 증거를 제시하는 연구이다. 향후 위암 환자의 1차 직계 가족에 있어 H. pylori 제균 치료가 위암 발생을 줄이는가에 대한 더 많은 연구를 통하여 그 증거를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Notes
No potential conflict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was repor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