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약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은 위암의 주요 원인 인자로, 최근 일반인구에서
H. pylori 제균 치료가 위암을 예방한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1-
6]. 그러나 고령 인구에서
H. pylori 제균 치료의 효과에 대한 근거는 부족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H. pylori 제균 치료가 위암 발생 및 사망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활용한 대규모 인구 기반 연구를 수행하였다[
7]. 2009년부터 2011년 사이에
H. pylori 1차 제균 치료를 받은 만 20세 이상 성인 916438명을 대상으로 약 12.4년(중앙값 12.5년, 사분위범위 11.7-13.2년) 동안 추적 관찰하여 위암 발생 및 사망을 일반 인구와 비교 분석하였다.
H. pylori 제균 치료군의 98.7%는 표준3제요법, 1.1%는 Bismuth 4제 요법을 사용하였으며, 제균 치료군의 45.7%는
H. pylori 연관 위염, 30.7%는 위궤양, 17.1%는 십이지장 궤양이 있었다.
전체 대상자에서 H. pylori 제균 치료군의 위암 발생(8321건)은 일반 인구에서 예상되는 위암 발생(13428건) 대비 표준화 발생비(SIR)가 0.62 (95% 신뢰구간 0.61-0.63)로, 유의하게 낮은 결과를 보였다(p<0.001). 위암 사망 역시 제균 치료군에서 2263건이 발생하여 일반 인구에서 예상되는 사망(3177건) 대비 표준화 사망비(SMR)가 0.34 (95% 신뢰구간 0.30-0.38)로 유의하게 낮게 나타났다(p<0.001).
연령별 분석 결과, 20-29세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위암 발생률과 사망률이 유의미하게 낮았다. 30-39세군(SIR 0.72, SMR 0.64), 40-49세군(SIR 0.65, SMR 0.31), 50-59세군(SIR 0.65, SMR 0.29), 60-69세군(SIR 0.60, SMR 0.28), 그리고 70세 이상 군(SIR 0.52, SMR 0.34)에서 모두 유의한 예방 효과가 관찰되었다. 특히 70세 이상의 고령군을 세분화한 70-74세, 75-79세, 80세 이상에서도 위암 발생률(SIR 각각 0.56, 0.48, 0.36)과 위암 사망률(SMR 각각 0.30, 0.38, 0.43)이 일반 인구 대비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민감도 분석에서는 첫 H. pylori 제균 치료 후 1개월 및 3개월 이내에 진단된 위암 사례를 제외한 분석에서 비슷한 결과가 확인되었다. 또한 타장기암(갑상선암, 전립선암, 유방암)의 SIR을 추가 분석하였는데, 각각 1.00, 0.98, 1.03으로 모두 1.0에 근접하여 본 연구에서 관찰된 위암 발생 감소가 단순한 건강 수검자 편향의 결과는 아님을 뒷받침하였다.
한편, 2011년 한국 일반 인구에서
H. pylori 연령대별 감염률은 20-29세 2 6%, 3 0-39세 42%, 4 0-49세 53%, 5 0-59세 61%, 60-69세 62%, ≥70세 59%로 보고되어 젊은 연령대에 비감염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8]. 특히 젊은 연령층인 30-39세는 비감염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음(약 58%)에도 불구하고,
H. pylori 감염이 확인되어 제균 치료를 받은 군의 위암 발생(SIR 0.72)과 사망(SMR 0.64)은 동 연령 일반인구 대비 유의하게 낮았다.
해 설
본 연구는 한국의 건강보험 자료를 활용하여
H. pylori 제균 치료가 위암의 발생과 사망 감소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그 효과가 연령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한 근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연구이다. 기존 연구들과 달리 본 연구에서는 고령에서도 제균 치료의 예방 효과를 입증하였다.
H. pylori 감염 이후 만성 위염에서 위축성 위염, 장상피화생, 이형성증을 거쳐 위암으로 진행하는 Correa’s cascade 중 장상피화생은 흔히 ‘point of no return’으로 간주되어, 제균 치료의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9-
12]. 특히 고령 환자에게서 해당 병변이 진행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고령에서의 제균 치료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배경이 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장상피화생에서도 제균 치료가 병변의 진행을 막거나 호전을 유도할 수 있다는 연구들이 축적되고 있으며, 이러한 결과는 고령 환자의 제균 치료 유효성의 근거를 뒷받침할 수 있다[
13,
14].
최근
H. pylori 제균 치료의 효과에 대한 대규모 코호트 연구가 다양한 지역에서 보고 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2,
3,
7,
15]. 올해 북유럽 5개국(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에서 65만여 명의 제균 치료 대상자를 포함한 인구 기반 코호트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3]. 이 연구에서 비분문 위선암의 발생 위험이 제균 치료 후 초기 1-5년 동안에는 일반 인구보다 높았으나(SIR 2.27; 95% confidence interval [CI], 2.10-2.44),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점차 감소하였고, 치료 11년 이후부터는 일반 인구 수준(SIR 1.11; 95% CI, 0.98-1.27)으로 근접했다고 보고하였다. 서구에서는 위암의 유병률이 낮고 제균 치료가 위암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는 점 등 인구집단에 따른 차이를 고려하면 일반화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으나, 제균 치료 후 효과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중점으로 분석한 첫 대규모 연구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3].
한편 본 연구에서는 비감염자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30-39세의 젊은 연령층에서도 제균 치료를 받은 감염자의 위암 발생과 사망 위험이 동 연령 일반인구보다 낮게 관찰되었다. 이론적으로 비감염자 비율이 높을수록 일반인구(비감염자+미치료 감염자)의 혼합위험이 낮아져, 같은 제균 효과라도 상대위험 감소가 덜 부각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균으로 낮아진 감염자 위험이 비감염자 및 미치료감염자의 혼합위험보다 더 낮게 관찰되었다. 이는 젊은 연령에서도 제균 치료의 예방 효과가 유효함을 시사하며 조기 치료의 중요성을 뒷받침한다.
본 연구는 세계 최대 규모의
H. pylori 제균 치료군(약 91만명)을 대상으로 평균 12.4년이라는 장기간 추적 관찰을 통해 위암 발생 및 사망에 대한 예방 효과를 규명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다만, 관찰 연구 특성상 교란 변수의 영향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으며, 비교 대상인 일반 인구에는 비감염자와 감염자 중 제균 치료를 받지 않은 자가 모두 포함되어 구분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건강보험공단 자료의 특성상 제균 치료의 성공 여부는 확인하지 못하였는데, 치료군의 98.7%에서 사용한 표준3제요법의 경우 연구기간인 2009-2011년 사이의 제균 실패율이 20%-30% 전후로 높았던 점을 고려하면 제균 치료군의 상당수는 제균 치료에 실패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16]. 또한 본 연구는 한국중앙암등록본부(KCCR) 및 국가통계포털(KOSIS) 자료를 이용하여 일반인구와 비교한 SIR, SMR을 산출하였으나, 성향점수 매칭이나 교차 검증 등의 보다 정밀한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제한점이 있다. 이번 연구는 고령층에서도
H. pylori 제균 치료가 효과적이라고 보고하였으나, 그 해석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제균 치료를 받은 집단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고 내시경 검진 참여율이 높았으며, 부작용을 감내할 수 있을 만큼 전신 상태가 양호한 환자들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러한 결과는 선택 편향의 영향을 일부 반영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실제 임상현장에서 고령자를 포함한 광범위한 인구에 대한 제균 치료의 효과를 뒷받침하는 첫 대규모 코호트 연구라는 점에서 중요하며, 향후 H. pylori 제균 치료의 적응증과 위암 예방 정책 수립에 중요한 방향성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