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코박터 파일로리와 대사 질환
Helicobacter pylori and Metabolic Disea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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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Helicobacter pylori (H. pylori) is one of the most common pathogens that can cause certain gastrointestinal disorders, such as gastritis, peptic ulcers, and gastric cancer. Recently, interest in the systemic effects of H. pylori on extragastric manifestations is increasing. Representative diseases include hematologic, cardiovascular, neurodegenerative, autoimmune, dermatologic, allergic, hepatobiliary, and metabolic diseases. Among them, since the prevalence of metabolic diseases is on the rise worldwide, the relationship between H. pylori infection and metabolic diseases has become an interesting research issue. Many studies have been conducted to clarify any association. However, the results of those studies still remain controversial. This review focuses on recently published studies to investigate the relationship between H. pylori infection and metabolic diseases, including diabetes mellitus, metabolic syndrome, obesity, and non-alcoholic fatty liver disease, and their associated pathophysiology.
서 론
1982년 Helicobacter pylori (H. pylori)가 처음으로 발견된 이후 H. pylori는 만성 활동성 위염, 소화성 궤양, 점막관련림프조직(mucosa-associated lymphoid tissue) 림프종 및 위암 등 다양한 소화기 질환 발생의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1].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와서 소화기 질환 이외의 다른 질환들과 H. pylori 감염 사이의 연관성 여부에 대한 연구들이 많이 시행되었는데, 대표적인 질환들로는 혈액 질환, 심혈관 질환, 신경 퇴행성 질환, 자가면역 질환, 알레르기 질환, 피부 질환, 대사 질환 등이 있다[2-6].
대사란 체내에서 일어나는 화학 반응을 의미하며, 대사 과정 중 많은 부분은 호르몬, 간, 신장과 관련되어 체내 화학 조성 전반에 걸쳐 영향을 준다[7]. 이 과정에 있어 일부 지장이 발생한 것을 대사 질환이라고 하며, 대사 질환에는 가장 많은 원인을 차지하는 당뇨병을 포함하여 대사 증후군, 비만, 비알코올성 지방 간질환 등 다양한 질환들이 포함되어 있다. 대사 질환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그 유병률이 증가함으로 인하여 의학적 및 사회경제학적으로도 중요성이 커지는 질환군이다. 단적인 예로, 대사 증후군의 경우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the National Health and Nutrition Examination Survey) 결과 2004년의 유병률은 32.9%였음에 반하여 2012년 유병률은 34.7%로 보고하였고[8], 우리나라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서는 대사 증후군의 유병률이 1998년 24.9%에서 2001년 29.2%, 2005년 30.4%, 2007년 31.3%, 2010년 28.8%로 상승세는 다소 정체를 보이지만 높게 유지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9,10]. 따라서, 이와 같은 대사 질환들과 H. pylori와의 관련성에 대하여 지금까지 여러 연구들이 시행되었으나 각 연구들 간의 결과는 상이하여 결론을 내리기가 쉽지는 않은 실정이다. 이에 본고에서는 비교적 최근에 보고된 연구들을 중심으로 비교 분석하여 H. pylori와 대사 질환과의 연관성 및 이와 관련된 병태생리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본 론
1. 당뇨병
2014년을 기준으로 당뇨병은 전 세계적으로 약 4억 2천만명이 앓고 있는 질환으로 추산되며, 1980년 당뇨병 환자의 수가 약 1억 8백만 명이었던 것을 비교하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전 세계적인 유행(pandemic) 질환이라고 말할 수 있다[11]. 또한, 당뇨병은 저개발국 및 개발도상국에서 그 유병률이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어, 국가적인 측면에서도 공중 보건 및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는 질환이 되었다[11].
H. pylori 감염과 당뇨병의 관련성은 만성 염증과 인슐린 저항성이 특히 2형 당뇨병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기인하였다. H. pylori는 위 상피에 군집하여 점막하에 호중구와 단핵 백혈구(monocyte)들을 침투시켜 만성 활동성 염증 상태를 가져오고, 이것은 위점막의 손상과 상피 개형(epithelial remodeling)을 일으킨다.12 숙주 면역은 이에 대응하여 CRP[13], interleukin-6 (IL-6), tumor necrosis factor-α (TNF-α)[14]와 같은 전염증성 사이토카인(proinflammatory cytokine)을 상향조절(upregulation) 시키는데, 이는 2형 당뇨병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선천적 면역 체계(innate immune system)의 활성화 및 저등급 염증(low-grade inflammation)이 지속되는 만성 사이토카인 매개 상태(cytokine-mediated state)를 조장하여 인슐린 저항성과 당뇨병의 발생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15]. 하지만 염증과 관련된 대표적인 표지자인 high-sensitivity CRP(hsCRP)만 하더라도 11개의 전향적 연구 결과를 확인하였을때[15,16], 7개의 연구에서는 hsCRP와 당뇨병의 위험이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나머지 4개의 연구에서는 관련이 없는것으로 나타나서 hsCRP가 인슐린 저항성이나 당뇨병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확실치 않으며, 다른 사이토카인 역시 이와 비슷한 상황이다.
호르몬과 관련해서는 H. pylori가 위염을 일으킬 때 렙틴(leptin), 그렐린(ghrelin), 가스트린(gastrin), 소마토스타틴(somatostatin)의 분비에 관여하여 당뇨병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추정한다[17,18]. 가스트린은 인슐린의 분비를 증가시키고, 소마토스타인은 췌장의 인슐린 분비를 조절하여 인슐린의 분비를 억제시킨다[15]. 따라서, H. pylori에 감염된 환자들에서는 혈청 가스트린의 농도가 증가하고 소마토스타틴은 감소함으로써 인슐린 분비가 변할 수 있다[18]. 또한, H. pylori 감염은 그렐린의 생성을 감소시키고[19] 렙틴의 생성을 증가시킨다고 알려져 있는데[20], 그렐린의 감소는 공복 인슐린 농도의 증가 및 인슐린 저항성, 당뇨병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렙틴 역시 인슐린 저항성의 발생과 관련되어 있고, 렙틴의 증가는 마른성인 남성(lean male)[21]과 2형 당뇨병 환자[22]에서 인슐린 저항성과 상관관계가 있었다는 연구 보고도 있었다.
이러한 배경 하에 실제 임상에서 환자들을 대상으로 H. pylori와 당뇨병과의 관련성을 확인하기 위한 많은 연구들이 시행되었는데, 1996년부터 2016년까지 79개의 연구, 57,397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메타분석 연구 결과에 따르면, H. pylori의 유병률은 당뇨병이 있는 군에서는 54.9%, 당뇨병이 없는 군에서는 47.5%로 확인되어 당뇨병과 H. pylori의 OR는 1.69 (95% CI, 1.47~1.95; P <0.001)인 것으로 나타났다(Table 1). 1형과 2형 당뇨병을 나누어 분석한 결과에서는 2형 당뇨병에서는 OR가 2.05 (95% CI, 1.67~2.52; P <0.001)로 H. pylori와의 연관성이 확인되었으나 1형 당뇨병에서는 그 연관성을 보여주지는 못하였다(OR, 1.23; 95% CI, 0.77~1.96; P =0.38). 하지만 이 연구에 포함된 연구들 사이의 이질성(heterogeneity, I2)은 80% 이상으로 나타나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감안하여 해석해야 할 것이다[23]. Kato 등[24]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건강 검진을 받은 21,634명을 대상으로 단면 조사 연구(cross-sectional study)를 시행하였는데, H. pylori 감염이 확인된 환자들은 H. pylori 감염의 과거력이 없었던 환자들에 비하여 1.36배(95% CI, 1.10~1.67) 당뇨병의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제균 치료를 시행한 경우에는 통계학적 유의성은 없었으나 당뇨병의 위험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여주었다. 반면에 2,048명을 대상으로 Zhou 등[25]이 시행한 10년간의 인구-기반 전향적 연구(population-based prospective study) 결과에서는 혈청학적으로 H. pylori 양성인 환자들에서 오히려 당뇨병의 위험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고(RR, 0.78; 95% CI, 0.63~0.97; P =0.02), 당뇨병 예방 프로그램에 참가한 환자 842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환자 대조군 연구에서도 H. pylori는 당뇨병(OR, 1.04; 95% CI, 0.77~1.40) 또는 인슐린 감수성(insulin sensitivity)과 연관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기도 하였다.
2. 대사 증후군
H. pylori 감염은 체내의 지속적인 염증 반응을 일으킴으로써 혈관 벽에 형성될 수 있는 죽종(atheroma)과 연관된 지질 성분(atherogenic lipid profile)을 활성화하여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것은 전염증성 인자들이 영향을 주는 대사 증후군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경로라고 할 수 있다[4]. 이 뿐 아니라, 응고항진 상태(hypercoagulability state)와 인슐린 저항성은 대사 증후군에서도 중요한 병인으로 작용한다[4].
대사 증후군과 H. pylori 감염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들은 꾸준히 보고되고 있는데, Upala 등[26]은 이와 관련된 메타분석 연구를 발표하였다(Table 1). 18개의 연구, 27,554명의 환자들이 포함되었고 그중 대사 증후군을 구분한 6개의 연구로 메타분석을 시행한 결과 H. pylori는 대사 증후군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OR, 1.34; 95% CI, 1.17~1.53; I2=39%; P <0.01), H. pylori 감염이 있는 군과 없는 군 사이에는 공복 혈당, BMI, homeostatic model assessment of insulin resistance (HOMA-IR), 수축기혈압, 낮은 고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도 의미 있는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었다(P <0.05)[26]. 최근 발표된 우리나라의 다기관 전향적 연구에서도 21,106명의 건강 검진 수검자 중 H. pylori 에 감염된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환자들에 비하여 대사 증후군의 유병률이 높았고(27.2% vs. 21.0%; P <0.05), 다변량 분석 결과에서도 혈청 H. pylori 양성이 대사 증후군의 위험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확인하였다(OR, 1.19; 95% CI, 1.09~1.31; P <0.001)[27]. 하지만 이러한 연관성이 65세 이상의 환자들에서는 관찰되지 않았음을 보고한 바 있다[27]. H. pylori 제균 치료 후에 대사 증후군과 관련된 수치들이 호전되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데, Mokhtare 등[28]은 110명의 소화불량 환자들을 대상으로 제균 치료 전과 치료 3개월 후를 비교하여 H. pylori 제균 치료 후 총 콜레스테롤, 저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 공복 혈당, 당화혈색소(hemoglobin A1c), 허리둘레는 의미 있게 감소하였고, 고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은 의미 있게 증가하였음을 보여주어 H. pylori 제균 치료가 대사 증후군을 호전시킬 수 있음을 시사하였다. 이와 상반되게 1,044명의 일본인들을 대상으로 H. pylori와 대사 증후군과의 관련성을 확인한 연구에서는 혈청 H. pylori 양성과 대사 증후군과의 연관성을 증명하지 못하였고[29], 3차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를 기반으로 31,311명의 환자들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H. pylori 혈청학적 양성은 대사 증후군과의 관련성을 보여주지 못하여[30], 이것이 단순히 환자군의 차이 또는 연구 시기의 차이 때문인지 혹은 다른 요인들이 연관되어 있는지에 대해서는 향후 추가적인 연구들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3. 비만
비만과 H. pylori와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들을 살펴보면, 다른 대사 질환들에 비하여 더욱 논란의 여지가 많다고 할 수 있다. 연구의 초창기에는 H. pylori 제균 여부와 체중 변화와 관련된 몇몇 연구들이 보고되었는데, 2000년대 중반 일본의 Kamada 등[31]은 H. pylori 제균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제균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들에 비하여 유의하게 체중이 증가하였다고 하였고, 영국에서 시행한 대규모의 인구-기반 무작위 대조군연구(population-based randomized controlled study)에서도 제균 치료를 시행한 군(19%)에서는 위약을 받은 군(13%)에 비하여 3 kg 이상 체중이 증가한 환자들의 비율이 더 높았다(OR, 1.57; 95% CI, 1.17~2.12)고 보고한 바 있다[32]. 조금 다른 주제이긴 하나 비만과 H. pylori 유병률을 확인하기 위하여 유럽, 일본, 미국 및 호주 등의 10개국에서 시행한 49개의 연구들을 분석한 생태 연구(ecological study)에서는 비만이나 과체중인 환자의 비율은 H. pylori 감염의 유병률과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역의 상관관계를 가진다고 하였다(γ=0.29; P <0.001)[33]. 하지만 이 연구는 선진국에 속해 있는 국가들만을 대상으로 하였기 때문에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혼재하는 변수들을 감안해야 할 필요가 있다.
비만 환자들을 중심으로 시행한 연구들을 살펴보면, Chen 등[34]이 시행한 지역사회-기반 연구(community-based study)에서는 H. pylori가 감염된 환자들은 감염되지 않은 환자들에 비하여 높은 BMI를 보여, H. pylori 는 비만의 위험을 올린다고 보고하였다(BMI≥30 kg/m2; OR, 1.836; 95% CI, 1.079~3.125; P <0.025). 하지만 3,039명의 중국인을 대상으로 시행한 후향적 연구에서는 H. pylori 유병률이 전체 환자들에서는 53.9%, 비만군(전체 환자들 중의 12.8%)에서는 54.6%로 확인되었으나 H. pylori와 비만 사이의 통계적으로 유의한 연관성은 보여주지 못하였다[35].
최근 H. pylori 와 비만과의 연관성에 대한 2개의 메타분석 연구가 보고되었다(Table 1). Xu 등[36]은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22개의 연구들(n=178,033)을 분석하였는데, H. pylori의 통합유병률(the pooled prevalence)은 42% (95% CI, 37~47%)였고, H. pylori 감염 여부에 따른 BMI의 평균 차이(mean difference)는 0.94 (95% CI, -0.04~1.91)였다. 반면에, 비만 환자들을 따로 구분한 9개의 연구들(n=27,111)에서는 H. pylori 양성인 경우 비만의 위험도가 1.20배(95% CI, 1.13~1.28) 높은 것으로 나타나서 H. pylori 감염을 비만의 위험인자 중 하나로 제안하였다[36]. 그러나 Mendelian 무작위 분석을 이용하여 네덜란드와 독일의 독립적인 인구 기반 코호트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혈청 H. pylori IgG 역가 및 H. pylori 양성은 BMI와 연관이 없었고, 결과 해석에 있어 제한이 있기는 하지만 혈청 H. pylori IgG 역가는 비만에서 감소한다고 보고하여(OR, 0.99972; 95% CI, 0.99946~0.99997; P =0.03)[37], H. pylori 와 비만과의 연관성은 분석한 대상군에 따라 다른 결과들을 보여주고 있다.
4. 비알코올성 지방 간질환
비알코올성 지방 간질환(non-alcoholic fatty liver disease, NAFLD)이란 영상학적으로나 또는 조직학적으로 간의 지방증(steatosis)이 확인되고, 이것이 다량의 알코올 섭취나 간 내의 지방 축적을 유발하는 약제의 복용과 같은 이차적인 원인이 배제될 때로 정의한다. 비알코올성 지방 간질환은 크게 두 가지 영역으로 나뉘는데, 하나는 단순 비알코올성 지방간(simple nonalcoholic fatty liver, NAFL)이고 다른 하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onalcoholic steatohepatitis, NASH)이다. 각각의 질환은 진단의 표준이 되는 방법(gold standard)인 간 생검으로만 구별할 수 있다. 그러나 간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다른 원인들을 배제하고 환자의 병력과 여러 검사 결과에서 진단에 부합한다면 비알코올성 지방 간질환은 종종 영상학적으로도 진단을 내리기도 한다. 비알코올성 지방 간질환이 임상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단순 지방증에서 지방간염으로 진행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중 일부에서는 섬유화를 거쳐 간경변까지도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38]. 실제로 미국의 경우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은 간 이식을 준비하는 환자들의 두 번째로 흔한 원인이며[39], 우리나라 역시 2003년에서 2008년까지 건강 검진을 받은 수검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후향적 코호트 연구에서는 비알코올성 지방 간질환의 발생률이 인구 1,000명당 연간 약 26명이었으나 2007년부터 2013년에 시행한 전향적 코호트 연구에서는 인구 1,000명당 발생률이 연간 약 47명으로 의미 있게 증가함을 보여주고 있다[40,41].
H. pylori와 관련된 초기의 연구들은 H. pylori 감염과 비알코올성 지방 간질환의 연관성보다는 간질환과 H. pylori 감염에 관하여 조사하면서 비알코올성 지방 간질환도 같이 확인하는 식이었고, 2010년대에 들어서서 본격적으로 H. pylori와 비알코올성 지방 간질환에 대한 연구들이 보고되기 시작하였다. Polyzos 등[42]은 조직학적으로 비알코올성 지방 간질환이 증명된 28명의 환자들과 25명의 건강 대조군을 비교하였는데, 비알코올성 지방 간질환군은 대조군에 비하여 H. pylori 제균 치료를 받은 과거력이 있거나 혈청 H. pylori IgG가 양성인 비율이 높았으며(93% vs. 56%, P =0.02), 이분형 로지스틱 분석 결과에서도 H. pylori 제균 치료를 받은 과거력이 있거나 혈청 H. pylori IgG가 양성인 경우는 비알코올성 지방 간질환의 예측인자(P =0.034)가 될 수 있다고 보고하였다. 물론, 연구에 참여한 환자의 수가 적고 H. pylori 감염 여부를 혈청 H. pyloriIgG 검사만으로 확인하였다는 등의 제한점들을 감안해야 하겠으나 H. pylori 와 비알코올성 지방 간질환과의 연관성을 제시하였다는 점에 있어서는 의의가 있다. 이후 Sumida 등[43]은 조직학적으로 비알코올성 지방 간질환이 증명된 130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하였는데, 혈청 H. pylori IgG가 양성인 환자들은 음성인 환자들에 비하여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의 비율이 높음을 확인하였고(81% vs. 58%; P =0.008), 로지스틱 분석 결과에서도 H. pylori 감염(P =0.030)은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의 예측인자 중 하나라고 하였다. 그리고 H. pylori를 감염시킨 쥐에서는 간 섬유화 수치와 간 효소 활성화가 의미 있게 증가하였고[44], H. pylori SS1을 감염시킨 C57BL/6 생쥐에 고지방 식이를 주어 비알코올성 지방 간질환을 발생시켰다[45]는 동물실험 결과도 있었다. 하지만 국내에서 3,663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후향적 연구에서는 나이, 흡연, CRP가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의 위험인자임을 보여주었으나 H. pylori 감염(OR, 1.007; 95% CI, 0.862~1.176; P =0.935)은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의 위험인자임을 증명하지 못하였고[46], Okushin 등[47]이 13,737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단면 조사 연구에서도 H. pylori가 비알코올성 지방 간질환의 위험인자임을 보여주지는 못하였다.
2019년에 들어서만 하더라도 H. pylori 감염과 비알코올성지방 간질환과 관련된 3개의 메타분석 연구들이 발표되었다(Table 1)[48-50]. 대부분은 단면 조사 연구들로 구성된 관찰 연구였고, 아시아에서 시행된 연구들이 중심이 되었으며, 서양의 연구들은 일부만이 포함되었다. 연구 결과들을 종합하면 OR는 1.14~1.36으로 나왔고, 모든 연구에서 H. pylori 감염과 비알코올성 지방 간질환은 연관이 있다고 보고하였다. 물론, 메타분석 결과도 의미가 있으나 포함된 연구들의 디자인이나 검사 방법들이 각각 다르다는 한계점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렇다면 H. pylori 제균 치료가 비알코올성 지방 간질환을 호전시킨다는 것을 증명하면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인데, Abdel-Razik 등[51]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69명의 환자를 2년간 추적 관찰한 다기관 코호트 연구를 시행하였다. 결과는 흥미롭게도 H. pylori 제균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제균 치료 전에 비하여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비알코올성 지방 간질환이 감소하였을 뿐 아니라 인슐린 저항성, 렙틴, CRP, 전염증성 사이토카인 등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51]. 하지만 이러한 효과가 장기간 지속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확실하지 않다.
H. pylori가 어떻게 비알코올성 지방 간질환을 일으키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설들이 있다. 우선, 비알코올성 지방 간질환 환자들의 간 생검 조직에서 H. pylori의 DNA가 발견됨으로써, H. pylori 자체가 간에 집락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된 바 있으며[52], 비알코올성 지방간염과 간세포 손상의 증거가 되는 hepatocyte ballooning이 H. pylori 음성인 환자들에 비하여 H. pylori 양성인 환자들에서 더 흔하게 발생하였다는 보고도 있다[43]. 또한, 비알코올성 지방 간질환도 만성 염증 및 인슐린 저항성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앞에서 언급한 바대로 H. pylori와 관련된 여러 사이토카인들(IL-1, IL-6, IL-8, TNF-α 등)이 지방 형성 성분(lipogenic profile)이 더 잘 일어나는 방향으로 유도하여 비알코올성 지방 간질환의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중에서도 TNF-α는 지방 분해를 용이하게 하여 그 결과로 유리지방산(free fatty acid)을 증가시키는데, 이것은 산화(oxidative) 및 소포체(endoplasmic reticulum) 스트레스를 일으켜서 간세포의 손상 및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을 유발시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53].
호르몬 중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아디포넥틴(adiponectin)과 fetuin-A에 대한 연구들이 집중되어 있다. 아디포넥틴은 간에서의 지질(lipid) 저장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간의 염증과 섬유화에 대한 보호 작용을 하는 것으로 생각되며, 비알코올성 지방간염과 비알코올성 지방 간질환이 있는 환자들에서는 혈청 아디포넥틴 수치가 낮았다는 보고도 있다. 조직학적으로 비알코올성 지방 간질환이 증명된 28명의 환자들과 25명의 건강 대조군을 비교한 연구에서는 H. pylori 양성인 군이 음성인 군에 비하여 아디포넥틴의 수치가 낮음(5.0±0.5 vs. 7.8±0.8 μg/mL; P =0.006)을 보여주었고[42], Ando 등[54]은 H. pylori 제균 치료에 성공한 241명의 환자들에서 아디포넥틴의 수치가 제균 치료 전에 비하여 의미 있게 증가(5.61±0.20 vs. 6.16±0.23 μg/mL; P <0.001)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이러한 결과들은 H. pylori 감염이 체내의 아디포넥틴 수치를 떨어뜨림으로써 간 섬유화에 대한 보호 작용을 억제하고, 궁극적으로 비알코올성 지방 간질환을 일으킬 수 있음을 제시하였다.
Fetuin-A는 간세포 내의 인슐린 신호전달(signaling)을 억제하기 때문에 fetuin-A 조절 장애는 인슐린 저항성에 일정 부분 영향을 주며, 비알코올성 지방 간질환의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55]. 하지만 H. pylori 감염과 fetuin-A와의 관련성을 확인한 연구들은 많지 않으며, 그 결과 역시 다양하게 나타났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56,57].
결 론
지금까지의 내용들을 종합해보면, H. pylori와 대사 질환에 관한 연구들은 지속적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전반적으로는 대사 질환의 발병에 있어 H. pylori 감염이 일정 부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근거들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 듯 하다. 그중에서도 비알코올성 지방 간질환의 경우에는 관찰 연구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는 한계점이 있기는 하지만 많은 연구들이 이루어졌고, 제균 치료 후 비알코올성 지방 간질환의 호전을 증명하였거나 동물실험 연구들을 통하여 H. pylori 감염과의 관련성이 더욱 신빙성을 얻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당뇨병, 대사 증후군, 비만 등의 나머지 대사 질환들에서 동일한 결론을 내리기에는 그 주장들을 보완할 근거가 좀 더 필요하다고 고려되며, 물론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은 사실이나 장기간의 전향적 코호트 연구 또는 제균 치료 전후로 대사 질환의 호전 여부에 중점을 둔 연구 등 잘 디자인된 연구들이 보고되기를 기대해본다. 특히, H. pylori가 대사 질환을 일으키는 기전에 대한 연구들은 아직까지도 많이 부족한 상태이므로, 이를 밝히기 위하여 향후 H. pylori와 관련된 사이토카인들뿐 아니라 영향을 주고 받는 호르몬 등 여러 방면에서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Notes
No potential conflict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was reported.